[비즈니스포스트] HDC현대산업개발이 당장 4월부터 올해가 끝날 때까지 건설사업의 문을 닫을 상황에 놓였다.
서울시가 8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린 것인데 HDC현대산업개발은 일단 법적 대응을 통해 대책 마련에 필요한 시간을 벌 것으로 보인다.
▲ HDC현대산업개발 로고.
서울시는 30일 광주 학동 철거건물 공사현장 붕괴사고와 관련해 부실시공 혐의로 HDC현대산업개발에 8개월의 건설사업 영업활동 금지 처분을 내렸다.
금지 기간은 4월18일부터 12월17일까지이다.
문제는 이번 조치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점이다.
이번 처분은 학동 사고 관련 부실시공 혐의에 국한된 것으로 같은 사고의 하수급인 관리의무 위반 혐의에 관한 처분은 남아있다.
국토교통부는 앞서 2021년 9월 광주 학동 사고와 관련해 원청기업 HDC현대산업개발에 부실시공과 하수급인 관리의무 위반에 관한 행정처분을 내려줄 것을 서울시에 요청했다.
하수급인 관리의무 위반 혐의에 관한 처분은 관할 자치구에서 하수급업체에 대한 행정처분이 먼저 이뤄진 다음에 절차가 진행된다.
서울시 영등포구청은 오는 4월 안에 법률자문을 거쳐 처분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시는 이런 선결요건이 충족되면 하수급인 관리의무 위반 혐의에 따른 처분도 가산하겠다고 밝혔다.
하수급인 관리의무 위반도 건설산업기본법 제82조 제2항 등 규정에 따라 1년 이내의 영업정지 또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서울시 건설안전팀 관계자는 “하수급인 관리의무 위반 사항을 지시, 공모한 상황이면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지고 위반 사실을 알고도 모른 척 묵인했으면 과징금을 받게 된다”며 “아직 하수급업체에 관한 처분 등이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처분을 받게 될지 판단하기에는 이르지만 HDC현대산업개발은 최대 영업정지 8개월이 추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 심각한 사안도 남아 있다.
서울시는 올해 1월 발생한 광주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붕괴사고에 관해서도 지난 28일 국토교통부로부터 행정처분 요청을 받았다. 서울시는 신속전담조직을 구성해 6개월 이내 행정처분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HDC현대산업개발은 길게는 2024년까지 건설시장에서 신규 수주를 포함한 영업활동을 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높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이미 8개월 영업정지도 중소건설사라면 회사가 휘청일 수 있는 큰 위기라고 입을 모은다.
HDC현대산업개발이 국내 10대 건설사 가운데 하나로 주택건설뿐 아니라 대규모 복합개발사업, 나아가 리츠 등 금융권과 결합사업에까지 발을 뻗고 있다고 해도 수 년 간의 영업정지는 엄청난 타격일 수밖에 없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이날 바로 공시를 통해 법적대응 계획을 내놓으면서 "영업정지 행정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는 경우 행정처분 취소소송의 판결 때까지 당사의 영업활동에 영향이 없다"고 강조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앞서 올해 2월 경기 관양현대아파트 재건축사업 시공사 설명회에 나서 “행정조치가 이뤄지려면 시간이 더 걸린다”며 조합원들을 설득했다. 당시는 광주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붕괴사고가 발생한 지 한 달 남짓 흐른 시점이었다.
앞으로 HDC현대산업개발은 영업정지 시점을 최대한 뒤로 미루는 데 필사적으로 매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정지 기간을 버티기 위해서는 수주곳간을 조금이라도 더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법원 판단이 불리하게 나온다면 심각한 위기가 닥칠 수 있다.
올해 착공하는 광운대역세권 개발사업을 비롯해 지난해 수주한 잠실마이스 복합개발사업 등 기존 사업들을 제대로 진행하기 위해서도 시간을 버는 데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과거 사례를 봐도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영업정지 등 중징계를 받으면 징계 수위를 낮추거나 시간을 벌기 위해서 행정소송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았다.
소송을 진행하게 되면 통상 2~3년의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업정지 처분을 받더라도 처분 전에 수주한 사업은 계속 진행할 수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 뒤 파격적 조건으로 관양현대에 이어 서울 노원 월계동신아파트 재건축사업도 수주했다. 토지 등 보유자산을 담보로 3월에만 금융권으로부터 모두 8100억 원을 융통하는 등 유동성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이날 서울시의 처분 뒤 “광주 사고에 책임을 다하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HDC현대산업개발은 앞으로 직원, 협력사, 고객과 투자자들을 위해 신중하게 사고수습을 위한 노력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