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미국과 한국 정부의 지원 정책에 힘입어 시스템반도체사업을 키우는 데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인 TSMC와 격차를 좁히기 위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데 재무 부담을 다소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미국 삼성전자 지원 '동맹', 경계현 시스템반도체 육성 힘 받는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


30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원에서 ‘반도체 지원 법안’이 통과되면서 520억 달러의 반도체 사업 지원금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반도체 기업과 함께 삼성전자도 지원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 달러(약 20조 원)를 들여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재무 부담이 대폭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또 시설투자액의 40%는 세제혜택으로 돌려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국내에서도 반도체사업 육성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가시화되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2분과는 23일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는데 이날 제출된 자료에는 국내 반도체기업에 ‘해외 선진업체’ 수준의 인프라를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반도체 펀드 조성’, ‘반도체 인력 10만 명 양성’ 등의 계획도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새 정부가 국정과제에 ‘한국 반도체 육성’을 포함할 가능성이 확실시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이미 대통령선거 공약으로 반도체산업 육성을 내걸었다. 

윤 당선인은 올해 2월 대한상공회의소 특별 강연에서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 산업 성장을 위한 제도적 여건 조성과 전력 공급 등 지원 등을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시스템반도체의 중요성을 직접 언급하면서 “디지털 경제를 확실하게 추진하려면 국제 공급망 위험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정부의 산업육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세제 지원으로 투자를 활성화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최근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세계 각국은 주요 반도체기업을 육성하거나 유치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CNBC와 인터뷰에서 “반도체는 과거의 석유와 같다”고 말했다. 과거가 '석유 패권'의 시대였다면 미래에는 반도체 기술과 생산시설을 어느 국가가 확보하느냐가 전 세계 패권을 가를 것이란 의미다.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사업은 이와 같은 세계적 흐름에 수혜를 입을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170조 원을 투자해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에서도 1위를 차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미국 텍사스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경기 용인에 이어 평택에도 대규모 공장 부지를 확보하고 있다.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업계 1위인 TSMC와 격차를 좁히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는 것인데 미국과 한국 정부의 정책적, 재정적 지원은 삼성전자의 투자 리스크를 줄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사업은 최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가 얼마 전에 내놓은 모바일 프로세서(AP) 엑시노스2200은 성능 향상에 비해 발열이 심하다는 소비자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4나노 등 선단공정의 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의 비율) 문제로 잡음이 일기도 했는데 이 때문에 경계현 사장은 16일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점진적으로 수율을 개선해 안정화하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며 직접 주주들에게 해명해야 했다.

삼성전자의 4나노 수율이 경쟁사인 TSMC보다 떨어진다는 소문이 돌자 조만간 공개할 3나노 공정에 대한 기대감도 다소 줄어든 상황이다.
 
한국과 미국 삼성전자 지원 '동맹', 경계현 시스템반도체 육성 힘 받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하지만 여전히 시스템반도체산업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에게도 많은 기회가 열려있다.

삼성전자가 3나노 공정과 그 다음 첨단 공정에서 성과를 낼 수 있다면 현재 1등인 TSMC와 시장점유율 격차도 충분히 좁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윤석열 정부의 국내 반도체사업 지원 정책이 기존보다 더 적극적으로 변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대만은 오래 전부터 반도체를 국가사업으로 규정하고 시스템반도체, 반도체 장비, 반도체 소재 등 다양한 분야를 정부가 발을 벗고 나서서 지원해 왔다.

그동안 메모리산업 육성에만 집중했던 한국과 달리 전체 반도체산업 생태계를 갖춰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전략을 펼친 것이다.  

오윤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전문연구원은 ‘대만 반도체 전략의 주요 내용과 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대만의 반도체 전략은 △제조기반 강화 △기술 및 핵심 장비·소재 경쟁력 강화 △고급 인재의 안정적 확보를 통해 새로운 기술의 우위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바라봤다.

오 전문연구원은 “향후 K-반도체 전략의 세부 과제를 추진하면서 대만의 산학연 연계,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대기업 활용방안 등을 참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