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현대중공업그룹 지주사 HD현대(옛 현대중공업지주)가 유럽연합 경쟁당국을 상대로 유럽연합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유럽연합 경쟁당국이 LNG운반선 시장에서의 높은 점유율을 이유로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불허한 점을 놓고 법적 판단을 받아 보기 위해서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28일 유럽연합 법원에 제기한 소송을 놓고 “조선시장의 지배력을 단순 점유율만으로 평가한 유럽연합 경쟁당국의 결정은 비합리적이라고 판단된다”며 “이를 유럽연합 법원을 통해 판단받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그룹에 따르면 이번 소송에서 HD현대가 승소하더라도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절차가 바로 복원되는 것은 아니다.

HD현대는 이번 소송을 통해 유리한 판례를 받음으로써 LNG선 시장에서 과점체계를 이루고 있는 현대중공업그룹이 앞으로 사업을 꾸려나가는데 부정적 요인을 없애려는 의도를 지녔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하지만 기업이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와 관련해 소송까지 끌고 가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기선 HD현대 대표이사 사장이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재추진을 염두에 둔 것일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정 사장은 3월 주주총회를 통해 HD현대와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를 맡아 오너경영체제를 이뤘다.

정 사장은 주력 조선업에서 세계 선두업체로서 입지를 굳히는 일이 주요 과제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만큼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합병하는 일에 미련을 가질 수밖에 없다.

조선업 경쟁력 강화와 규모의 경제를 위해 정 사장이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과 기업결합을 재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게다가 현대중공업그룹이 이번 소송에서 어떤 결과를 받게 되든지 간에 소송과정에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을 다시 검토할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HD현대가 유럽연합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황에서 주요 기업들로서는 불확실성을 우려해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나서기에 부담스러울 수 있다.

또한 일각에서는 HD현대가 유럽연합 법원 당국의 재판을 통해 유럽연합 경쟁당국의 논리를 파악할 수 있고 그를 바탕으로 새로운 형태의 인수합병 모델전략을 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 KDB산업은행은 국민부담을 이유로 대우조선해양을 국유화하지 않고 재매각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대우조선해양 국유화나 국민기업화 가능성을 놓고 "불가능하다"며 “무슨 낯짝으로 국민에게 또 다시 손을 벌릴 것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