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공급과잉의 상황이 예상보다 길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SK하이닉스는 공급과잉에 따른 D램 가격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삼성전자와 기술격차로 수익성을 회복하기 더욱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
|
|
▲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 |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11일 “SK하이닉스는 D램 하락국면에 올해 실적개선에 한계가 보인다”며 “부진한 업황 속에서 삼성전자보다 기술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진단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매출 15조780억 원, 영업이익 1조5390억 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지난해보다 매출은 19.7%, 영업이익은 71.1% 급감하는 것이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에 분기마다 1조 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올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부진한 실적을 거두게 되는 셈이다.
이 연구원은 1분기에도 PC와 스마트폰 등 수요 측면에서 여전히 큰 개선세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만큼 D램의 공급과잉 상황이 시장의 전망보다 장기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1분기 전 세계 PC출하량은 지난해 1분기보다 9.6% 감소해 하락 폭을 더 키웠다. 1분기 스마트폰 출하량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 줄었고 직전 분기보다 17%나 감소했다.
하지만 메모리반도체 주요 3사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모두 D램 출하량을 두 자릿수로 늘리겠다고 예고해 공급과잉이 해소되긴 힘들다는 것이다.
D램의 공급과잉이 이어진다는 것은 곧 D램의 가격하락세가 지속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가격하락에도 공급을 늘리는 출혈경쟁이 지속되면 모든 메모리반도체 업체의 매출도 줄어들수밖에 없다.
하지만 미세공정, 프리미엄 제품군 등에서 기술력이 앞선 업체는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게 된다. D램은 미세공정 기술이 발전될수록 공정과정에서 원가를 낮출 수 있고 낸드플래시 역시 3D낸드와 같은 차별화된 기술이 적용될수록 집적도가 높아져 원가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
이 연구원은 “기술력에서 확실한 대비책이 있고 없음의 차이가 그대로 실적의 차별화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SK하이닉스의 메모리반도체 기술력이 삼성전자와 1년 혹은 그 이상으로 격차가 벌어져 있는 점이다.
이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기술력에서 시장의 기대에 걸맞는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며 “D램 미세공정은 물론이고 3D낸드와 같은 고부가가치 낸드플래시 기술에서도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
|
|
▲ 경기도 이천시에 소재한 SK하이닉스 이천생산법인 전경. |
SK하이닉스는 1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올해 2분기부터 D램의 미세공정 기술을 20나노 초반대 양산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3D낸드의 기술력도 올해 안에 48단 2세대 기술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이미 D램 미세공정기술에서 18나노대로 진입하고 48단 3D낸드를 양산하고 있는 중이라 SK하이닉스가 기술격차를 줄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1분기에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에 비해 실적을 방어한 것이 이미 기술력 격차에 따른 수익 방어능력을 증명한 것"이라며 "SK하이닉스에게 당장 중요한 것은 단기실적보다 핵심 기술경쟁력을 회복하느냐 여부에 달렸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지금까지 D램 하락국면을 살펴보면 짧으면 6분기 길면 10분기까지 진행됐다”며 “현재 D램 역성장 기조가 3분기 동안 진행됐는데 지금과 같이 부진한 거시환경과 IT기기의 성장률 둔화를 감안할 때 당분간 하락국면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오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