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 노조문제가 해결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앞서 해묵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삼성이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76년 무노조 경영원칙을 깨고 노조 인정 요구까지 받아들일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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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27일 사측과 전날 마련한 의견일치안 내용을 조합원들에게 보고했다.
노사는 26일 의견일치안을 통해 기본급을 월 120만 원으로 합의하고 성과급과 가족수당 등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을 정리했다. 또 노조 사무실 지원, 타임오프제 보장 등의 내용도 의견일치안에 담았다.
염호석 조합원 자살 사건과 관련해서 합의 후 삼성전자서비스가 애도와 유감의 뜻을 담아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공식발표를 하고 책임자 처벌 문제도 적절한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서비스노조는 이날 조합원 투표를 거쳐 이 안을 추인하려 했으나 사측과 문구 조율 문제가 있어 투표를 보류했다. 박정미 전국금속노조 대변인은 “사측과 일부 이견이 남아 있어 조합원 총회에서 내용을 보고한다”며 “투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서비스노조는 지난달 19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서비스노조는 건당 수수료 폐지와 월급제 도입, 위장폐업 철회, 노조인정 등을 삼성전자서비스에 요구했다. 협력사 직원들로 구성된 삼성전자서비스노조는 삼성전자서비스가 실질적 고용주라 주장하며 삼성전자서비스에 직접 교섭을 요구했다.
조합원 염호석씨가 17일 자살을 하면서 전면파업으로 갈등은 확대됐다. 염씨는 당시 “더 이상 누구의 희생도 아픔도 보지 못하겠다”며 “저 하나로 인해 지회의 승리를 기원한다”고 유서를 남겼다. 그는 “우리 지회가 승리할 때까지 안치해 달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경찰은 서울의료원 강남분원장례식장에 안치된 시신을 18일 부산으로 옮겼다.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지면서 조합원 25명이 연행되기도 했다.
의견일치안 문구 조율 문제가 남아있긴 하지만 이번 문제가 원만한 해결을 볼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있다. 삼성그룹이 이재용 체제 전환에 앞서 이건희 회장 때 발생한 사회적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해 이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백혈병 산재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중재기구를 통해 보상을 약속했다.
그러나 삼성이 금속노조의 노조인정 요구를 받아들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는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 노조는 안 된다”며 무노조 경영철칙을 강조했다. 삼성그룹은 창업 이래 76년 동안 무노조 경영원칙을 고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