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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왼쪽)과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
박용만 회장이 시작하고 박정원 회장이 이어받은 두산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이 종착역에 도달했다.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은 두산그룹 전략기획실장, 전략기획본부장 등을 거쳐 두산그룹 회장에 이르기까지 20년 가까이 중공업사업 확대에 힘을 쏟아 왔다. 박정원 회장도 두산그룹 지주사 격인 두산의 관리본부 임원을 맡아 거들었다.
박용만 회장은 지난해부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중공업사업 군살빼기에 들어가 박정원 회장에게 그룹 경영권을 넘겨준 뒤 이 작업이 끝났다. 하지만 계획 대비해 성과는 기대에 다소 미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건설이 GE에 배열회수보일러 사업을 양도하고 7월에 대금을 받으면 두산그룹의 재무구조 개선 계획은 사실상 마무리된다.
두산그룹은 차입금을 줄이고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올해 들어 한국항공우주 지분(3046억 원), 두산건설 렉스콘사업부(1300억 원),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사업부(1조1308억 원), 두산DST(6950억 원) 등을 차례로 매각했다.
지난해 두산인프라코어의 건설장비 자회사 몽타베르를 매각하고 두산밥캣 프리IPO를 진행한 것을 포함하면 1년도 안 되는 사이에 3조 원을 훌쩍 넘는 유동성을 마련한 셈이다.
이제 남은 것은 두산밥캣 상장인데 연내에 코스피에 상장한다는 일정을 잡아놓고 있다.
두산그룹은 구조조정 노력으로 유동성 위기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산그룹 계열사들은 1분기에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냈다. 비용절감과 재무구조 개선 노력의 효과가 실적으로 나타났다.
정대로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두산그룹은 고금리 차입금 축소와 함께 상당한 규모의 이자비용 감소가 가능한 선순환 재무구조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렇다고 아쉬움이 없지는 않다. 대부분의 자산매각이 두산그룹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는 수준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두산건설의 배열회수보일러사업 매각만 해도 그렇다. 두산건설이 2013년 두산중공업에서 이 사업을 넘겨받을 때 양수가액은 5716억 원이었다. 배열회수보일러 사업에 포함된 자산과 부채를 고려했을 때 실제 거래금액은 3716억 원으로 평가됐다.
이번 거래를 놓고 시장에서 바라본 적정가는 3천억~4천억 원 수준이었다. 거래 적정가의 최하단에서 거래가 이뤄진 셈이다. 손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부채 등을 제외하고 두산건설에 실제로 유입되는 금액이 2천억 원인 것을 고려하면 아쉬움은 더 크다.
두산DST 매각가격도 두산그룹이 기대한 7천억~8천억 원에 미치지 못했다. 그나마도 5천억~6천억 원의 시장적정가에서 한화테크윈과 LIG넥스원이 경쟁이 붙으며 가격이 올랐다.
두산공작기계 매각에 대한 두산그룹의 기대는 1조 원대 후반으로 가장 컸다. 하지만 본입찰에서 1조3천억 원대 금액이 나왔고 우선협상대상자가 변경되며 매각금액은 더 낮아졌다.
여기에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 매각도 한화그룹에 선수를 빼앗기면서 400억 원 이상의 손해를 봤다. 이를 다 합하면 두산그룹이 자산매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이 수천억 원 이상 줄어든 셈이다.
업계에서 두산그룹이 자산 매각을 서둘렀기 때문에 다소 손해를 본 것으로 바라본다. 매각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시장상황을 면밀하게 판단해야 하는데 그럴만한 여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두산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대한 우려가 매우 컸기 때문에 급하게 자산을 처분한 감이 없지 않다”며 “기회만 좋았다면 안정적인 실적을 내는 알짜 사업들인 만큼 더 좋은 조건에 매각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원 회장은 자산매각으로 또다른 과제도 안게 됐다. 수익성이 높은 핵심사업들의 빈자리를 메워야 한다는 점이다.
두산인프라코어의 공작기계사업부나 두산건설의 배열회수보일러사업 등은 수익성이 가장 우수한 사업부문이었다. 두산DST 역시 영업이익률이 높은 편이었다. 이 때문에 앞으로 새로운 수익원 역할을 할 사업을 찾아야 한다.
이와 관련해 박정원 회장은 연료전지사업과 면세점사업 등을 키우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밖에 두산중공업은 발전설비 관리, 두산인프라코어는 엔진사업 등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눈여겨 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