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대형 건설사들이 수도권 1기 신도시의 도시정비시장을 두고 치열한 수주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1기 신도시 부동산 시장은 지자체의 재건축, 리모델링 활성화 정책뿐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부동산 공약에 따른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 성남시 분당 아파트단지 모습. <연합뉴스>
22일 경기 고양시는 1기 신도시인 일산을 비롯해 시 전체의 공동주택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한 도시계획 조례와 지구단위계획 수립지침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고양시에는 1990년대 초 집값 안정과 주택난 해결을 위해 건설한 1기 신도시인 일산뿐 아니라 화정, 행신, 탄현지구 등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많다.
리모델링사업은 재건축, 재개발과 비교해 수익성이 떨어져 건설사들의 관심도가 낮은 영역이었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바뀌었다.
현대건설, GS건설, 포스코건설, DL이앤씨 등은 2021년 리모델링부문에서만 1조 원이 넘는 실적을 올렸다. 이제 건설사들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이 된 것이다.
1기 신도시는 이미 노후 아파트단지들을 중심으로 리모델링 추진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고양 일산(6만9천 세대), 성남 분당(9만7580세대), 안양 평촌(4만2047세대), 군포 산본(4만1947세대), 부천 중동(4만1435세대) 등 1기 신도시 29만2천 가구는 1989년부터 조성이 시작돼 정비사업 수요가 크다.
최근에는 1기 신도시에서 인근 단지들이 모여 통합리모델링사업을 추진하는 대규모 사업장도 나타났다.
건설사로서는 일반분양 물량 증가로 수익성을 높이고 대단지 프리미엄으로 브랜드 가치 향상 효과도 노릴 수 있는 일감이 늘어나는 셈이다.
현재 고양 일산 후곡마을 11단지와 12단지는 통합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두 단지가 뭉치면서 세대 수가 1554가구로 커졌다.
군포 산본의 동성백두와 백두금동 아파트도 리모델링 추진을 위한 조합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동성백두와 백두금동아파트는 통합해 932세대로 규모를 키웠고 주민 사전 동의율이 60%에 이르며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고 있다.
이에 더해 건설사들은 윤석열 당선자의 규제완화 공약 등에 힘입어 1기 신도시에서 재건축사업 수주 확대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성남 분당에서는 이미 재건축 추진 열기가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앞서 분당에서는 지난 2021년 말 한양, 우성, 삼성한신, 현대아파트 등으로 구성된 시범단지를 포함 19개 아파트 단지가 분당 재건축연합 추진위원회를 결성하는 등 재건축을 시도하고 있었다.
분당은 지난해 재건축 가능 연한인 30년을 채운 아파트 단지들이 나왔지만 그동안 용적율 등 부분에서 사업성이 떨어져 재건축사업이 활성화되지 못했다.
분당뿐 아니라 일산, 평촌, 산본, 중동 등 1기 신도시들은 중층 이상 아파트가 대부분으로 기존 용적률이 200% 안팎에 이른다. 현행 법률상 3종 일반주거지역의 용적률은 최대 300% 수준인데 기존 용적률이 높다 보니 재건축시 일반분양 가구 수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었다.
정밀안전진단 통과라는 벽도 높았다.
아파트 재건축을 위해서는 정밀안전진단에서 D나 E등급을 받아야 하는데 준공 30년 안팎의 오래된 아파트 단지들도 이들 등급을 받기가 쉽지 않다.
1992년 입주를 시작한 평촌 신도시의 아파트 단지들도 정밀안전진단에서 B등급을 받은 곳이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윤 당선자의 공약이 현실화된다면 1기 신도시 재건축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이 어느 정도 치워질 것으로 기대된다.
윤 당선자는 30년이 넘은 단지의 정밀안전진단 절차를 면제하겠다고 약속했고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높이는 방안도 내놓았다.
윤창근 더불어민주당 성남시장 예비후보도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분당 재건축, 확실하게’를 제1호 공약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부동산시장에도 벌써부터 재건축, 리모델링 등에 관한 기대감이 반영되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주(3월18일 기준) 1기 신도시 아파트값은 소폭 오르면서 2주 연속 상승했다.
2기 신도시인 파주 운정과 동탄의 아파트값은 각각 0.06%, 0.03% 떨어진 가운데 1기 신도시인 분당과 일산 아파트값은 각각 0.03%, 0.02% 올랐다.
분당은 정자동 정든우성4단지, 분당동 장안타운라이프, 한신, 서현동 시범한양 등이 1250만~2500만 원 올랐다. 일산은 주엽동 강선15단지보성, 백석동 백송3단지우성, 백송3단지한신이 500만~1500만 원 상승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