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새 정부의 경제정책에 보조를 맞출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고 판단 할 수도 있지만 두 사람의 임기가 법률로 보장돼 있어 이들을 강제로 교체하기는 어렵다.
17일 금융권과 정치권 안팎에 따르면 임기를 2년 이상 남겨 둔 고 위원장과 정 원장이 새 정부 출범이후에도 그대로 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의 임기는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3년으로 규정돼 있다.
고 위원장은 지난해 8월31일, 정 원장은 지난해 8월3일에 각각 취임해 임기를 겨우 6개월 남짓 넘긴 상태다.
고 위원장과 정 원장이 모두 취임한 지 1년이 안 됐고 관련 법률에 따라 임기가 있는 금융당국 수장이기 때문에 특별한 사유없이 바로 교체하기는 힘들다.
특히 환경부 블랙리스트 판결이 나온 상황이라 이들이 자진해서 사퇴하기 전까지 이들을 임기만료전에 강제로 교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도 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판결은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압력을 행사해 사표를 받았다고 대법원에서 실형을 받은 사건을 말한다.
윤 당선자도 이러한 점을 의식해 문재인 정부에서 남아 있는 임기 동안에 공공기관 임원을 임명할 때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협의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고 위원장과 정 원장 모두 전문성이 강조되는 재무관료 출신인 점도 유임 가능성을 높여준다.
고 위원장과 정 원장은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등을 거친 재무관료로 정치색이 짙지 않아 새 정부의 경제정책에 발을 맞춰 금융정책을 집행할 수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고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외 경제환경도 좋지 못한 상황에서 금융당국 수장을 한꺼번에 교체하는 것은 윤 당선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다만 정권 교체기에 임기를 끝까지 지킨 금융당국 수장은 지금까지 없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당시에도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설 때에도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스스로 자리를 떠난 적이 있다.
게다가 윤 당선자는 가계 대출을 완화하고 금융 규제를 푸는 새로운 경제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따라 가계 대출을 억제해 왔던 금융당국의 행보와는 상반되는 정책으로 고 위원장과 정 원장의 입지가 좁아지는 부분이다.
이에 금융권과 정치권 안팎에서는 새 정부 출범이후 고 위원장과 정 원장이 스스로 물러난다면 윤석열 당선자의 선거대책위원회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활동한 인사들이 다음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에 오를 수 있다고 바라본다.
국민의힘 선거캠프에서 활동하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인수위원에 임명된 김소영 서울대학교 교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간사를 맡은 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차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인수위원인 신성환 홍익대학교 교수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