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와 통신망 사용료 소송 2심에서도 유리한 판결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최근 국내외에서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콘텐츠업체들이 인터넷제공사업자들에게 통신망 사용료를 정당하게 지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SK브로드밴드 로고.

▲ SK브로드밴드 로고.


1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사이 통신망 사용료 지급을 놓고 다투는 2심 소송과 관련한 국내외 여론이 SK브로드밴드에게 좀 더 유리한 방향으로 조성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3월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국제 이동통신박람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022에서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이사회는 글로벌 콘텐츠사업자(CP)들이 이동통신사들의 통신망 투자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글로벌 콘텐츠사업자들이 정부가 주도하는 펀드에 통신망 투자비용을 내는 방안이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보고서를 채택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2021년 11월 도이치텔레콤, 보다폰 등 유럽 이통사 13곳은 넷플릭스에 합당한 통신망 투자비용을 분담하라는 요구를 담은 공동성명도 냈다.

국내에서도 다른 국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업체들과 달리 넷플릭스만 통신망 이용료를 지급하지 않아 형평성 논란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회와 정부 차원에서 통신망 사용료 갈등을 해결하려는 분위기도 조성되고 있다.

이태현 콘텐츠웨이브 대표, 양지을 티빙 공동대표, 박태훈 왓챠 대표는 2월23일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에게 통신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 글로벌 콘텐츠업체와 국내 콘텐츠업체 사이에 역차별 문제가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1년 12월에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무소속)이 일정 규모 이상의 콘텐츠 사업자가 통신업체와 정보통신망 이용 및 제공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고 정당한 대가를 산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넷플릭스로부터 통신망 사용료를 받으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이용요금을 올리는 방식으로 이를 소비자에게 전가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오기도 한다.

넷플릭스는 2021년 6월 국내 법원에서 패소한 이후 같은해 11월 국내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월 구독료를 인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터넷제공사업자(ISP)가 넷플릭스로 인해 늘어나는 데이터 사용량에 대응하기 위해 통신망을 개선하고 관리하는 비용을 넷플릭스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이 분담하는 것이 공정하지 않다는 반론도 거세다.

김상희 국회부의장이 2021년 9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공받은 자료를 살펴보면 넷플릭스, 유튜브 같은 해외 콘텐츠제공사업자가 국내 트래픽의 78.5%를 사용하는 것으로 집계돼 이들 사업자가 국내 인터넷제공사업자의 통신망 구축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으로 파악된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는 16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소송 첫 변론기일에서 넷플릭스의 자체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기술인 오픈커넥트얼라이언스(OCA) 활용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와 상호무정산 원칙(Bill and Keep)의 적용 등을 놓고 치열하게 다퉜다.

상호무정산 원칙은 두 사업자 사이에 트래픽을 상호 전송하며 교환되는 트래픽의 비율과 망 연동을 통해 얻게 될 효용이 유사하다면 편의상 상호 트래픽 처리 비용을 청구하지 않는 원칙을 말한다.

넷플릭스는 오픈커넥트얼라이언스를 통해 콘텐츠가 있는 미국 넷플릭스 본사 서버에서 한국과 가까운 일본, 홍콩서버로 콘텐츠를 보낸 뒤 한국으로 전송해 SK브로드밴드의 트래픽을 줄여주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상호무정산 원칙을 내세워 SK브로드밴드에 통신망 사용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SK브로드밴드는 국내 넷플릭스 이용자 단말기에 콘텐츠를 보내는 과정에서 트래픽이 폭주하고 있어 통신망 관리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넷플릭스가 유발하는 트래픽은 2021년 9월 1200Gbps로 나타났는데 2018년 5월 50Gbps와 비교하면 24배나 늘어났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를 송하인, 이용자를 수하인, 콘텐츠전송네트워크를 운송인, SK브로드밴드를 포함한 인터넷제공사업자를 도로와 도로망을 보유한 도로공사에 비유하면서 운송인(콘텐츠전송네트워크)은 도로를 통행하기 위해서는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SK브로드밴드는 상호무정산 원칙은 인터넷제공사업자 사이에서만 적용되기 때문에 콘텐츠사업자인 넷플릭스가 이 원칙의 적용을 주장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앞서 2021년 6월 넷플릭스(원고)가 SK브로드밴드(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통신망 사용료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에서 넷플릭스의 채무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