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기업 마이크론이 바이든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미국에 대규모 메모리반도체 공장 투자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CEO는 이런 과정에서 미국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하며 삼성전자와 경쟁구도를 구축하고 있다.
미국 백악관은 현지시각으로 9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기업 CEO를 초청해 나눈 회담 내용을 공개했다.
마이크론의 메로트라 CEO가 이날 회담에 직접 참석했고 삼성전자에서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이 화상회의로 참여했으며 휴렛팩커드(HP)와 윌풀 등 주요 미국기업 경영진도 초청을 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 등 핵심 산업의 제조공장을 미국에 지어 현지 제조업을 활성화하는 일이 이전보다 더 중요해졌다고 강조하며 마이크론과 삼성전자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마이크론은 정부의 반도체기업 지원 법안이 통과되면 미국에 수십억 달러를 들여 반도체 시설 투자를 진행하기로 했고 삼성전자는 텍사스에 이미 170억 달러 규모 투자를 약속한 데 긍정적 평가를 내놓은 것이다.
바이든은 의회에서 이를 위해 반도체 지원 법안을 조속히 통과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미국 공장 투자 확대가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의 반도체 지원 법안은 현지에 반도체공장을 건설하는 기업의 시설 투자 및 연구개발에 모두 520억 달러(약 64조 원)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마이크론과 삼성전자 이외에 인텔과 대만 TSMC 등 여러 반도체기업이 지원을 노리며 미국 내 시설 투자 계획을 내놓은 만큼 지원금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 마이크론의 메로트라 CEO와 삼성전자의 최시영 사장을 초청한 만큼 두 회사도 정부 지원금을 두고 경쟁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로트라 CEO는 최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바이든 정부와 의회에서 추진하는 반도체 지원 법안은 마이크론이 반도체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미국에 투자를 늘리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며 “반드시 지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더 나아가 미국 정부가 장기적 관점에서 마이크론을 대상으로 더 많은 지원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며 미국 반도체공장 투자를 예상보다 더 공격적으로 진행할 것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 미국 버지니아주 마이크론 반도체 생산공장. |
미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비용이 아시아 국가 공장과 비교해 약 45% 높기 때문에 정부 지원이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메로트라 CEO는 “마이크론이 최근 10년 동안 시설 투자에 1500억 달러를 들였지만 미국에는 많이 투자되지 않았다”며 “정부에서 필요한 지원을 해 줘야만 비용 차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미국 정부가 현지에 메모리반도체 생산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마이크론을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요청을 내놓은 셈이다.
마이크론은 세계 D램시장에서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밀려 3위권 업체에 그치고 있다. 낸드플래시시장 점유율은 5위권으로 글로벌 메모리반도체시장에서 차지하는 입지가 비교적 낮다.
그러나 미국에 메모리반도체 공장을 대량으로 운영하고 있는 유일한 기업이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메모리반도체 생산 현지화를 추진하려면 결국 마이크론을 지원할 수밖에 없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기업이 중국에 반도체 생산공장을 일부 운영하고 있는 만큼 미국이 이에 대응해 메모리반도체 공장 유치에 더욱 힘을 기울여야만 할 이유가 크다.
바이든 대통령은 “빈도체 투자 지원은 미국의 제조업 귀환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반도체는 절대적으로 중요한 산업이기 때문에 생산 현지화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