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인천 등 수도권 부동산시장이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사업과 관련해 또 한 번 들썩이고 있다. 대선 후보들이 잇달아 노선 확장 공약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수도권 집값 상승의 큰 원인이 됐던 ‘GTX 호재’가 다시 주목받으면서 주택시장의 불확실성만 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선후보들의 GTX 관련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두고도 의구심 섞인 시선이 많다.
▲ GTX 관련 공약 발표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연합뉴스>
7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경기도 구리에서 막판 유세전을 하며 수도권을 관통하는 GTX 노선 확대 공약을 강조했다.
경기도 구리시는 GTX-B노선 추가 정차역 후보로 거론되는 갈매역이 있는 지역이다.
구리시는 지난해부터 전담팀까지 꾸려 갈매역 신설을 요구해왔고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과 면담까지 추진하며 GTX역 유치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GTX-C노선에 4개역을 추가하는 방안을 내놓은 데 이어 GTX-B노선에도 정차역 3개를 추가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면서 벌어진 일이다.
인천 지역은 GTX-B노선에 주안역과 부평역이 신설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이미 주택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아파트동향조사 자료를 보면 국토부의 GTX 정차역 추가 방안 발표 뒤인 2022년 2월 넷째주 GTX 개발 호재의 직접적 영향권인 인천은 아파트 매매수급지수가 93.64에서 93.92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가 전주보다 0.49포인트 떨어지며 16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간 것과 차이를 보였다. 매매수급지수는 부동산시장 수요와 공급 비중을 나타낸 수치다.
인천은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도 2월 셋째주 0.02% 하락에서 국토부의 GTX 계획 발표 뒤인 넷째주 0%로 보합으로 전환됐다.
경기 안산시 상록구 주택시장은 GTX-C노선 상록수역 추가 신설 예정 소식에 들뜬 분위기가 역력하다.
상록수역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비즈니스포스트와 나눈 통화에서 “이재명 후보가 선거유세에서 GTX 해주겠다고 약속하고 국토부 발표도 나면서 동네 집주인들은 완전 잔치 분위기”라며 “상록수역 근처 한양아파트, 우성아파트 등은 호가가 몇 천만 원씩 오르고 있고 대부분 매도인들은 집값이 더 오를 것을 기대해 내놨던 매물도 다 거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상록수역 인근 본오동 한양아파트 전용면적 68㎡ 매물은 2월 말 국토부 발표 직후 호가가 4억9천만 원까지 나왔다. 2월 초와 비교하면 단번에 8천만 원이 뛴 셈이다.
근처 월드아파트도 전용면적 44㎡ 매물 호가가 6억 원까지 올랐다. 2021년 12월 같은 평수 매물이 4억5500만 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억4500만 원 높여 부른 것이다.
상록수역 인근 우성아파트, 태영아파트 단지 매물의 호가도 3~4천만 원씩 오른 것으로 파악된다.
집주인들은 매물을 거두고 호가는 턱없이 높아지면서 실제 거래가 성사되는 사례가 몇 건 없지만 2월 넷째주 안산시 상록구 전체 아파트값 역시 0.16% 오르며 상승세를 보였다.
분양시장에서도 GTX 등 교통호재를 품은 경기권 물량이 주목받고 있다.
대선 영향과 높은 집값으로 서울 분양시장은 열기가 한 풀 꺾이는 모습이지만 광역 교통망을 갖춘 경기와 인천 분양시장 경쟁률은 여전하다. 2월 경기도 안양시에서 분양한 안양 어반포레 자연&이편한세상은 262가구 모집에 5234건이 접수됐다.
이 단지는 GTX-C노선 호재가 예상되는 입지를 갖추고 있다.
화성시 신동에서 분양한 화성동탄 제일풍경채 퍼스티어도 270가구 모집에 1순위 경쟁률이 평균 109.52대 1을 보였다. GTX-A노선 정차역 동탄역 이용이 수월하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처럼 주택시장에서 GTX 개발 호재가 여전히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을 두고 시장과 전문가들은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GTX 호재가 집값 상승의 불씨가 되는 것은 불확실성만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2021년 의왕과 인천 등 GTX 정차역 인근 지역들은 집값이 큰 폭으로 올랐다가 다시 억 단위로 떨어지는 등 부동산시장이 큰 혼란을 겪었다.
GTX 확장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두고도 여러 말이 나온다.
현재 GTX A~D 노선도 겨우 A노선만 착공 단계에 들어섰고 개통 일정은 연기되고 있다. 기존 계획 노선에 정차역을 추가하는 것도 재원조달, 수익성 등 현실적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GTX 노선 확장을 위해서는 관련 법률정비도 필요하다. 대규모 철도사업은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포함돼야 하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