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22-03-04 15:4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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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팡의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 '로켓프레시'. <쿠팡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쿠팡을 쓰는 사람들은 안다. 쿠팡에서 주문을 하면 할수록 쿠팡이 손해를 본다는 사실을.
쿠팡의 유료멤버십 ‘로켓와우’에 가입하면 볼펜 하나만 주문해도 배송비가 공짜고 몇 번을 반품해도 반품비를 내지 않는다.
사용자들이 쿠팡의 유료멤버십을 ‘혜자스럽다(가격 대비 성능이 매우 좋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일컫는 인터넷 유행어)’고 표현하는 이유다.
쿠팡이 2021년에 창립 이후 최대 매출을 낸 동시에 최대 영업손실을 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Inc(쿠팡 모회사)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여전히 자신감을 잃지 않는다. 그동안의 적자는 모두 '계획된 투자'였고 그 결실을 곧 볼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쿠팡은 정말 김 의장의 확신대로 ‘누적 적자 6조 원’을 넘어 이익을 내는 회사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4일 시장 관계자들의 반응을 종합하면 쿠팡의 지난해 실적을 놓고 ‘수익을 낼 수 있는 회사인지 의문’이라는 말이 여전히 유효하게 제기되고 있다.
쿠팡 주주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쿠팡 없이는 못 사는 세상이 됐는데 쿠팡의 적자 규모를 보면 향후 몇 년 안에 없어지는 것 아닌가 두렵다” “안 그래도 수익성이 안 좋은데 기름값이 올라서 적자를 무한지속하게 생겼다. 로켓배송이 아니라 로켓연료 소모다” 등의 부정적 반응이 다수 보인다.
3일(현지시각) 뉴욕증시에서 쿠팡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타기도 했다.
쿠팡 주가는 장 초반에 7% 가까이 급락했다가 장 중반에는 4.5%까지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마지막에 주가는 상승 폭을 모두 반납하고 0.24% 오른 채 마감했다.
쿠팡 주가가 널뛰기하는 모습은 쿠팡이 누적된 적자 탓에 성장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시각,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쿠팡 창업자이자 쿠팡Inc 이사회 의장인 김범석 의장은 쿠팡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바라본다.
그는 미국 현지시각으로 2일 오후 열린 쿠팡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조정 EBITDA(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마진율 7~10%를 달성하겠다는 중장기적 여정에서 올해는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다”며 “쿠팡은 올해 전체 비즈니스의 총 매출총이익률을 직전 분기보다 2.5%포인트 이상 개선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제품 상거래부문은 쿠팡이 세운 마진율 목표의 이행 상황이 가장 분명하게 나타날 영역이며 성과는 4분기에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는 쿠팡이 핵심 사업영역인 직매입 판매와 오픈마켓 등에서 올해 안에 흑자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을 직접 제시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김 의장은 마진율을 개선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로 ‘장기간 지연된 효율성 프로젝트’를 언급했다. 이는 쿠팡이 ‘계획된 적자’라는 이름으로 오랜 기간 아끼지 않았던 투자가 앞으로 결실을 거두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의미로 여겨진다.
쿠팡이 지난해 1조8천억 원이 넘는 순손실을 낸 데는 대규모 물류 인프라 구축이 한 몫을 했다. 쿠팡이 2021년에 국내에 확보한 물류 인프라는 약 140만 ㎡제곱미터인데 이는 2019~2020년 구축한 물류 인프라를 넘는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