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은 K9 자주포 생산공장이 지어지는 호주 빅토리아 주정부와 사업협력과 투자계획을 논의하기 위한 협의체인 가칭 ‘한화포럼Hanwha Forum)’을 올해 상반기 안에 발족시킨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25일 밝혔다.
한화포럼에는 빅토리아 주정부 고위급 인사들이 참여한다. 한화그룹은 다양한 사업역량을 바탕으로 현지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특히 주목받고 있는 분야는 방산이다.
손재일 한화디펜스 대표이사는 지난해 따낸 호주 자주포 사업을 발판삼아 영국 등 유럽으로 K9 자주포 수출 사업과 관련한 공동협력 방안을 제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화디펜스는 앞서 2021년 9월 호주 정부의 육군 현대화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인 ‘랜드8116 자주포 획득사업’에서 단독 우선공급자로 선정됐다. K9 자주포 30문과 K-10탄약운반장갑차 15대 등을 납품하게 된다.
아울러 한화디펜스는 최근 K9 자주포를 생산할 호주 현지건설 계획도 내놓은 바 있다.
한화디펜스가 건설할 K9 자주포 생산기지는 호주 빅토리아주 질롱시 아발론에 위치한 20헥타르(3만2천㎡) 규모의 부지에 들어서게 된다.
손재일 한화디펜스 대표이사는 호주 생산기지 건설계획을 발표하면서 “호주와 한국 사이의 돈독한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호주 생산시설이 앞으로 자주포와 장갑차의 글로벌 생산기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화디펜스에 따르면 이번 한화포럼에서는 새롭게 마련되는 호주 생산기지를 활용한 레드백(Redback) 보병전투장갑차의 유럽 수출 협력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디펜스는 이와 함께 탄약플랜트와 유도무기 관련 사업협력 가능성도 타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화디펜스의 레드백은 기존 K21 장갑차를 개량한 것으로 호주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5조 원 규모의 차세대 장갑차 사업자 선정에서 독일의 라인메탈디펜스의 링스(Lynx)와 최종후보 자리를 두고 경쟁하고 있다.
한화디펜스 관계자는 “한화디펜스는 레드백을 통해 현재 미국의 차세대 유무인 보병장갑차 사업(OMFV)에 오시코시디펜스 컨소시엄의 일원으로 참여도 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미국이나 유럽 등 다양한 지역에서 마케팅을 진행하기에 호주지역이 적합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화그룹과 호주 사이 협력이 강화되면서 방산업계에서는 차세대 장갑차 사업자 선정에서 한화디펜스의 레드백이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한화그룹은 이와 같은 방산분야의 돈독한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건설과 우주·위성, 금융, 보안 솔루션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 역량을 호주시장에서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건설 분야에선 복합개발 프로젝트와 구도심 개발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한 사업협력을 논의한다.
아울러 한화그룹은 우주·위성 분야에선 도심항공교통(UAM) 개발 현황을 공유하고 위성인터넷 서비스 등의 투자 및 협력기회를 찾는다는 복안이다.
이 밖에 고해상도 폐쇄회로TV 보안 솔루션의 호주시장 진출과 핀테크 등 금융 분야에서의 상호 협력 방안도 한화포럼의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화그룹의 이와 같은 구상은 빅토리아 주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투자사업과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빅토리아 주정부는 현재 도로·철도·항만·터널 건설 등 교통 기반시설 구축을 위해 68 조 원 규모의 투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병원과 연구소, 학교 건설 등 30 여 개의 민관협력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우주 분야에선 2030년까지 위치정보와 지구관측, 우주관측, 통신, 우주탐사 등 우주산업 시장을 10조3천억 원 규모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주요 연방정부 기관과 주정부의 폐쇄회로TV 사업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리차드 조 한화디펜스 호주법인장은 “한화와 호주는 이미 자주포 등 방산분야 사업을 통해 우호적인 관계와 신뢰를 구축했다”며 “이를 발판 삼아 한화그룹이 보유한 다양한 분야의 사업과 기술역량을 호주 시장에 소개하고 추가적인 협력 시너지를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