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은 24일 홍현성 부사장을 3월 정기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통해 대표이사에 선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홍현성 내정자는 현재 플랜트사업본부장 전무인데 이번에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대표이사직에 내정됐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이번 인사를 두고 건설업계에서는 사실상 문책성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엔지니어링 인사는 사실상 현대차그룹에서 진행하며 무엇보다 김창학 사장의 임기만료일이 2023년 3월11일이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에 공을 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어떤 지배구조 개편안을 선택하든 조 단위 천문학적 자금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자금 확보가 중요하다.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은 정 회장의 자금줄이 될 수 있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정 회장이 개인적으로 지분을 가진 국내 계열사 가운데 마지막 비상장사이다. 상장에 성공하면 3천억~4천억 원 수준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9년 당시 현대자동차 기획조정1실장을 맡고 있던 도신규 전무를 현대엔지니어링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발령 냈다. 시장에서는 이를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을 위한 사전 포석으로 해석했다.
도신규 현대엔지니어링 재경본부장은 현대차그룹 핵심 재무전문가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건설업을 둘러싼 주식시장의 시선이 냉정해졌다.
지난 1월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뒤로 건설업에서 잇따라 안전사고가 발생했고 안전예산 추가, 건설자재 값 상승 등에 따른 원가 상승 우려가 겹쳤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의 오너일가의 현금 확보를 위한 구주 매출비중이 높다는 인식도 확산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1600만 주를 공모한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신주모집은 400만 주(25%)에 그쳤다. 나머지 1200만 주(75%)가 구주매출로 설정됐다.
여기에 1월 진행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저조한 경쟁률을 보여 공모가 최하단으로 결정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확산했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판단에 상장을 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김 사장은 지난 2019년 3월 대표이사에 오른 뒤 현대엔지니어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왔기에 이런 시선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김 사장은 2019년 3월 현대차그룹 수시 임원인사에서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이후 2020년 3월 대표이사로 재선임 돼 임기가 2023년 3월11일까지였다.
김 사장은 해외 화공플랜트 전문가로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해외사업에서도 대규모 화공 플랜트 수주를 따냈고 도시정비사업에서도 두르러진 성과를 냈다. 여기에 폐플라스틱 자원화, 암모니아 수소화, 초소형원자로(MMR) 등 6가지 에너지 전환 및 친환경분야 신사업도 정력적으로 추진해왔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7월 폴란드 최대 규모 국영정유기업 PKN올렌(PKN Orlen)에서 발주한 20억 유로(2조7천억 원)의 PKN 올레핀확장공사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 2조 원 규모의 사우디라라비아 자푸라 가스처리시설을 현대건설과 손잡고 따내기도 했다.
도시정비사업에서는 2019년 4790억 원, 2020년에 1조4207억 원의 신규수주를 기록한 뒤 2021년 2조4177억 원을 거둬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문책성 인사라는 지적에 “김창학 사장은 2019년 현대차그룹 수시 임원인사에서 대표이사가 됐는데 당시 이미 본부장 부사장으로 사내이사로 등록됐고 그 임기가 2020년 만기여서 재신임이 된 것이다”며 “이번 인사는 문책성 인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