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이 SK텔레콤 회장을 맡은 것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AI반도체, 로봇, 도심항공교통(UAM) 등 분야에서 사업기회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분석된다.
SK텔레콤은 2021년 5월 아래에 아폴로TF를 출범시켜 SK그룹의 인공지능 역량을 지속해서 높여 왔지만 네이버, LG, KT 등 국내 주요기업과 비교해 초거대 인공지능 분야에서 다소 뒤처진 것으로 평가된다.
최 회장은 평소 SK그룹의 정보통신기술(ICT)분야 딥체인지(근본적 혁신)를 인공지능이 가속화할 수 있으며 이를 해내지 못하면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생각을 SK이천포럼 등 공식 석상에서 강조해왔다.
그런 최 회장이 SK텔레콤 회장을 맡은 만큼 초거대 인공지능 등에서 투자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초거대 인공지능이란 특정 목적에 활용되는 기존 인공지능과 달리 대용량 연산이 가능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해 사람처럼 스스로 사고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일종의 '전자두뇌'를 말한다.
SK텔레콤은 자체적으로 초거대 인공지능을 개발할 뿐만 아니라 2020년 12월 카카오, 삼성전자와 함께 기술협력을 맺기도 했다. 하지만 SK텔레콤은 아직 외부에 공개할 수준까지 초거대 인공지능 개발이 무르익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초거대 인공지능과 관련해서 아직 연구개발단계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렀는지 공식적으로 알리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네이버는 2021년 5월 2040억 개의 파라미터를 보유한 초거대 인공지능 ‘하이퍼클로바’를 공개했다. 또 스타트업과 중소상공인(SME)이 사용해볼 수 있도록 웹 기반 ‘클로바 스튜디오’ 베타버전 공개를 앞두고 있는 등 초거대 인공지능 서비스 상용화를 목전에 뒀다.
경쟁사인 LG유플러스와 KT는 연합체를 구성해 초거대 인공지능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LGAI연구원 주도로 22일 출범한 ‘엑스퍼트(전문가) AI얼라이언스’에 참여한다. 엑스퍼트(전문가) AI얼라이언스에는 구글을 포함한 국내외 13개 기관 및 기업들로 구성됐다. LGAI연구원이 2021년 12월 공개한 3천억 개의 파라미터를 보유한 초거대 인공지능 ‘엑사원’을 토대로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
KT는 2020년 2월 현대중공업지주, 카이스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과 함께 산학연 협의체 ‘AI원팀’을 출범한 데 이어 2021년 8월에는 카이스트 등과 함께 초거대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하기 위한 공동연구협약을 체결했다.
KT는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와 비슷한 수의 파라미터로 초거대 인공지능모델을 개발하고 있으며 2022년 상반기 중으로 인공지능스피커 기가지니와 인공지능컨택센터(AICC) 솔루션에 초거대 인공지능을 적용해 상용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최 회장은 초거대 인공지능분야에서 경쟁사와 격차를 좁히기 위해 글로벌 빅테크기업과 인공지능사업에서 제휴를 추진하거나 매물로 나온 기업의 인수합병에 적극 나설 공산이 크다.
오너가 회장을 맡아 인공지능사업 확장에 힘을 보태기로 한 만큼 전문경영인 대표체제였을 때보다 글로벌 기업과 제휴나 기업 인수합병 등과 관련한 규모가 커질 수 있고 의사결정도 더욱 빨리 이뤄질 수 있다.
글로벌 빅테크기업 가운데에는 특히 아마존과 협력이 강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SK텔레콤은 이미 인공지능스피커 누구에 아마존의 인공지능플랫폼 알렉사를 결합해 한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활용한 ‘듀얼 에이전트’를 공개한 바 있고 구독서비스 T우주에서도 아마존과 협력하고 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도 9일 인베스터데이에서 “SK텔레콤은 향후 성장을 위해 인공지능, 메타버스 등 기술관련회사의 전략적 기업인수합병을 추진할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SK텔레콤 관계자는 “기업인수합병과 관련해서도 특별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이 관계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텔레콤 회장을 맡게 되면서 인공지능과 관련해 기존 SK텔레콤 차원을 넘어 SK그룹사 간 연합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