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기기 대중화의 열쇠는 어떤 기업들이 쥐고 있을까?
새로운 혁신제품의 등장에 부품회사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럼 점에서 XR기기 상용화 단계에서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등 부품업체들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역할은 치열한 전쟁터에서 무기와 군수물자들을 납품하는 것과 비슷하다.
XR기기에서 가장 필수적 기술·부품을 꼽자면 광학 부품을 들 수 있다. XR은 시각이 관여하는 비중이 가장 크기 때문에 영상을 투영하는 디스플레이와 이를 눈에 전달하는 광학기술이 중요하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의 사업 구성을 보면 둘 다 광학 모듈분야의 비중이 꽤 높다. 실제로 세계시장 점유율도 높고 기술력도 인정받고 있는 분야다.
광학모듈뿐 아니라 이들이 취급하고 있는 기판, 센서, 각종 전자부품 등은 XR기기에 없어서는 안 되는 것들이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각각 삼성전자와 애플이라는 막강한 고객을 두고 있다는 점도 XR기기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점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삼성전기와 함께 지난해 말 미국 AR회사 디지렌즈에 지분투자를 했다. 디지렌즈는 AR 기술력에서 미국 내 선두주자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도 삼성전자는 XR 관련 기업들에 전략적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디지렌즈의 기술 가운데 주목할 부분이 ‘웨이브가이드’다. 빛이 렌즈를 통과하는 길에 입체 영상을 구현하는 AR기술이다. 웨이브가이드 모듈은 XR기기의 상용화에 필수 부품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강현실 스마트글래스에서 가장 각광받는 기술이 웨이브가이드 기술인만큼 삼성전기의 중장기 수혜가 기대된다”고 말하며 삼성전기 모듈사업부가 이 웨이브가이드 개발과 양산에 나설 가능성을 예측했다.
LG이노텍은 애플과 오랜 협력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만큼 XR기기에서도 애플의 파트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나 내년 출시될 예정인 애플 XR헤드셋에는 광학 모듈이 10~15개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 LG이노텍 제품이 탑재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LG이노텍의 XR 관련 매출도 2026년에 5조 원까지 확대될 것이란 증권업계 전망도 나온다.
어느 제품, 어느 산업에서나 다 마찬가지지만 XR 분야에서도 부품 분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부품이야말로 XR기기 상용화의 열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XR분야의 성공만을 예측하기엔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
구글은 2013년 말 세계 최초로 AR 글라스인 ‘구글글라스’를 출시했다. 하지만 상용화에는 실패했다. 저주받은 기술이란 꼬리표도 붙었다.
구글뿐만이 아니다. 지금 시중에 나온 AR, VR 관련 기기들을 떠올려보면 특정한 게임을 목적으로 한 것들만 있을 뿐 대중적으로 널리 소비되고 있는 것은 찾아 보기 어렵다.
그럼 그동안 왜 실패했을까?
XR기기의 시초 격인 이반 에드워드 서덜랜드의 HMD를 보면 기기가 천장에 달려 있고 이용자가 천장에 달린 기기를 머리에 쓰고 사용해야 했다. 너무 무거워서 그냥 쓰면 목뼈에 큰 무리가 가기 때문이다.
당시 기술로는 기기의 소형화와 경량화가 불가능했고 이 때문에 당연히 상용화되기도 어려웠다. 시간이 흐르고 여러 기술이 개발된 지금 헤드셋의 크기가 작아지고 무게도 줄었지만 일상적으로 쓰기에는 여전히 부담스럽다.
만약 야외에서 XR기기를 사용한다면 배터리 지속 시간, 충전 속도 등도 고려해야 할 문제다. 상용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것들이 많다.
여기에 가격도 문제다. 아무리 좋은 기기가 출시됐더라도 한 개당 생산 단가가 1천만 원 넘는다면 이 역시 상용화에 성공하기 어렵다.
결국 XR기기가 상용화되려면 개별 부품들의 경량화, 소형화, 저비용 양산체제 구축이 필수다.
이렇게 XR기기의 완벽한 상용화까지는 적잖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이때문에 적어도 10년은 지나야 스마트폰을 대체할 만한 수준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진정한 메타버스 세상에 필수품인 XR기기, 이를놓고 벌어지는 빅테크들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전면에 드러나진 않지만 부품업체를 간과해선 안 되는 이유다. [채널Who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