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은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유동화증권 등에 관한 대비,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 수습을 위한 자금 외에도 현재 사업들을 차질 없이 진행하기 위한 운영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 HDC현대산업개발 로고.
광주에서 연이은 사고로 앞으로 길게는 1년8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생각하면 신규수주 활동을 못하는 기간을 버텨내기 위한 비상자금 확보는 회사의 사활이 걸린 과제로 볼 수 있다.
18일 HDC현대산업개발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회사는 최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타워를 비롯한 미착공사업 토지 등 그룹 보유 부동산자산의 유동화 작업을 구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HDC현대산업개발은 이미 보유 부동산을 담보로 한 은행권 대출 외에도 대형 증권사를 대상으로 조 단위 규모 자금 조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은미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책임연구원은 2월 HDC현대산업개발 유동화증권 차환결과 보고서를 통해 “HDC현대산업개발은 그룹 지주사 HDC 보유 우량자산까지 활용한 단기 자금 조달을 계획하고 있는데 회사 자산들의 장부가액 및 감정가액 등 자산가치를 고려할 때 자금조달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HDC현대산업개발이 현재 보유한 현금성 자산에 더해 자산 담보신탁을 통한 유동화, 분양수입금 등으로 올해 상반기에 모두 2조4천억 원 규모의 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2021년 말 기준 현금성 및 현금성자산 약 1조9천억 원을 확보하고 있지만 이는 턱없이 부족한 규모다.
이 가운데 예금과 1개월 이내 단기채권이 1조7천억 원 규모이고 기타 금융자산은 740억 원 규모로 이들은 당장 가용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삼성동 아이파크타워와 서울-춘천고속도로 수익증권, 파크하얏트서울, 파크하얏트부산 등 자산을 담보로 5천억 원가량을 조달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이 밖에 분양이 끝나거나 입주잔금이 남은 사업장에서 상반기 1200억 원을 비롯해 모두 3천억 원가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최근 관양현대아파트 재건축사업에 이어 서울 노원구 월계동신아파트 재건축사업 등 도시정비 신규수주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행보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신규 수주는 은행권 자금 조달에 힘을 보태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HDC현대산업개발은 2022년 상반기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유동화증권이 1조5천억 원 규모에 이른다는 점에서 긴장할 수밖에 없다. 5천억 원 수준의 단기차입금도 있다.
여기에 전국적으로 ‘NO 아이파크’와 HDC현대산업개발에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계속되면서 이미 수주한 일감들을 제대로 진행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다.
특히 HDC현대산업개발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사업장들은 다른 건설사들이 시공하고 그쪽 브랜드만 적용하는 방안이 가능한 만큼 HDC현대산업개발이 배제될 가능성이 더 크다.
시공사 지위를 잃는 일이 이어지면 신용도에 영향을 미쳐 자금조달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 투입한 비용을 제대로 회수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자금운영에 문제점이 더해질 수도 있다.
최근 광명11구역 재개발 조합이 시공과 브랜드 적용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을 빼고 컨소시엄 주관사 현대건설 단독으로 진행하는 방안을 공식적으로 요구하자 같은 처지의 다른 사업장 조합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현재 광명11구역 재개발사업 시공에서는 빠지더라도 컨소시엄 지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사업완료 뒤 수익을 배분받는 방안, 일부 시공에만 참여하는 방안 등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놓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광주 운암3단지 재건축조합도 HDC현대산업개발을 시공에서 배제하는 쪽으로 조합원들의 의견을 모았고 다음 주 중 회사에 공문을 보내 이를 정식 요청한다. 광주 운암3단지 재건축사업은 HDC현대산업개발이 주관해 GS건설, 한화건설 등과 컨소시엄을 꾸려 수주했던 사업장이다.
광주 운암3단지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광명 이런 데는 시공계약 해지를 추진하고 있다 이런 말도 나오고 있고 우리도 이런 자료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사례들에 준해서 논의를 진행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광명11구역 사례를 1차적으로 보면 HDC현대산업개발이 그동안 투입한 비용이 있어 적어도 계약서에 들어있는 이자만큼을 받아올 수 있을 것이다”며 “또 어쨌든 현대산업개발도 시공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현대건설이 공사를 다 하더라도 공사에 들어가는 비용을 현대산업개발도 컨소시엄 비율대로 나눠 부담하고 나중에 최종 사업 이익도 나눠받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고 바라봤다.
이처럼 시공계약 해지까지 내몰리지는 않더라도 HDC현대산업개발은 사업 진행비용을 감당할 자금이 필요하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올해 착공하는 광운대 역세권 개발사업 등 신규 사업을 진행하는 데도 당장 상반기 안에 일정한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