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분야 선도기업으로 꼽히는 메타에 이어 로블록스 주가도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뒤 급락하면서 메타버스시장 전반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이 싸늘해지고 있다.
야후파이낸스는 17일 “메타버스에 빠져들었던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진짜 세계’로 되돌아오고 있다”며 “대표 기업으로 꼽히는 로블록스의 성장세가 실망스러운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16일 미국증시에서 로블록스 주가는 하루 만에 26.51% 떨어져 마감했다.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성과가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돌면서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퍼졌다.
페이스북에서 이름을 바꾼 메타의 주가가 최근 4분기 실적발표 직후 하루만에 26% 떨어진 것과 같은 ‘데자뷰’가 일어나면서 메타버스 관련주 전반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로블록스와 페이스북의 주가 하락은 일시적 변수에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라 메타버스사업의 근본적 성장성에 투자자들의 의문이 커지고 있는 데 따른 결과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스마트폰 이후 차세대 원격 소통 수단으로 성장 잠재력을 주목받았던 메타버스시장이 실제로는 소비자들에 빠르게 외면받아 개화기를 맞지 못할 수 있다는 부정적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전 세계 10~20대 이용자들에 인기가 높은 로블록스 플랫폼의 활성 이용자 수는 1월 말 기준 5470만 명으로 1년 전보다 32% 늘어나며 가파른 이용자 증가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이용자 1인당 로블록스 플랫폼에서 소비하는 금액은 2020년 4분기 이후 분기마다 대체로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어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
비대면 플랫폼 특성상 코로나19 사태로 특수를 맞았던 로블록스가 전 세계적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기조에 따라 이용자들의 활발한 소비를 이끌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데이빗 바스주키 로블록스 CEO는 CNBC를 통해 “아직 광고와 온라인쇼핑 등 분야에 뛰어들지 않고 수익 확보에 보수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우선 이용자 활성화에 집중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메타버스시장에 신뢰를 되찾을 만한 계기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로블록스와 같은 메타버스 전문기업이 주가 반등 기회를 잡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메타 역시 최근의 주가 급락사태 이후 증권가에서 대체로 부정적 전망 아래 놓였다.
JP모건은 메타 목표주가를 크게 낮추며 “메타버스 전문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메타의 노력이 많은 투자와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반면 실질적 성과는 불투명하다”고 바라봤다.
경제전문지 포천은 “2022년 들어 메타버스 관련주는 다른 기술주와 비교해도 더욱 큰 슬럼프를 겪고 있다”며 “메타버스시장 초기에 뛰어든 투자자들이 크게 실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골드만삭스 등 증권사는 메타버스시장이 2007년 애플에서 처음 선보인 아이폰과 같은 큰 변화의 계기를 일으킬 것이라며 여전히 긍정적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애플과 MS, 삼성전자 등 글로벌 대형 IT기업들은 일제히 자체 하드웨어 제작과 대규모 인수합병, 관련된 부품기술 개발 등에 집중하며 메타버스시장 성장에 대비하고 있다.
메타버스 관련주 주가가 최근 미국증시 기술주의 전반적 하락에 겹쳐 더 큰 타격을 받았던 만큼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하면 반등 기회를 맞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포천은 “올해 상반기까지 메타버스 관련주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일 수 있다”며 “그러나 낙관론자들은 메타버스시장이 새로운 인터넷의 시대를 열게 될 것이라고 바라본다”고 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