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회장의 폭언 및 채용강요 논란은 마사회 내부 갈등에도 불을 붙여 공공운수노조 한국마사회지부가 지난 1월 전임 인사담당 직원을 공공기록물법 위반 혐의로 형사고발까지 했다.
정 회장 역시 마사회 내부 갈등을 해결하는 데 역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그는 16일 취임사 가운데 임직원에 전하는 메시지를 통해 “공명정대하게 업무를 수행한다면 협력과 배려의 문화는 우리 안에 자리 잡을 수 있으며 이는 대국민 신뢰 회복을 향한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사회 내부 조직을 추스르는 일은 외부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기도 하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경마산업은 물론 말산업이 전반적으로 극심한 타격을 받고 있다. 마사회의 적극적 역할이 절실한 시점이다. 적극적 역할을 수행하려면 당연히 마사회 조직을 향한 사회적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
특히 마사회와 말산업 업계가 현 사태의 해결책을 바라보는 ‘온라인 마권’ 발매도 사회적 신뢰와 연결돼 있다.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온라인 마권에 반대하면서 주요 근거로 마사회의 기강 및 신뢰 문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박영범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지난해 2월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경마 관계자의 잇따른 사고 등으로 경마와 마사회를 향한 사회적 신뢰가 많이 떨어져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온라인 경마를 당장 도입하는 부분은 좀 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이날 취임사를 통해 “온라인 마권 도입에 전사적 역량을 투입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 회장에게 마사회 수습에 주어질 시간이 많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대통령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았고 새 정부의 출범은 마사회 등 모든 공기업 수장의 거취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실제 마사회가 김우남 전 회장이 물러난 뒤 두 달이 지난 지난해 12월 회장 공모가 시작되자 이번 38대 회장 임명은 다음 정부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강하게 나왔다.
대선에서 야당이 이긴다고 해도 정 회장에게 아주 시간이 없는 것은 아니다. 5월 새 정부 출범 뒤에도 일할 시간은 있기 때문이다.
이양호 전 마사회장은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 이후에도 7개월 정도 더 일했다. 그는 2017년 전체 임기 3년 가운데 2년을 남기고 같은 해 12월 “새롭게 시작된 국정, 후임 회장의 선임이 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마사회장직에서 물러나는 게 도리라고 판단했다”며 사퇴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