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증권가 분석을 종합하면 KCC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의 절반 수준에 그치며 예상보다 크게 부진했다.
KCC는 2021년 4분기 영업이익 682억 원을 거뒀는데 이는 직전분기와 비교해도 43.1% 줄어든 수치다. 증권사들의 예상치인 1300억~1400억 원대에도 훨씬 못 미친다.
이날 KCC 주가도 실적 부진의 파장으로 급락했다. 15일 KCC 주가는 장이 열리자마자 큰 폭으로 떨어지기 시작해 결국 전날보다 21.04% 급락한 채 장을 마감했다.
다만 시장의 반응과는 달리 증권가에서는 KCC의 기업가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4분기 실리콘사업부문에서 생산라인 변경과 물류비용 증가, 정기보수 비용 등으로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지만 실리콘사업의 성장성에 관한 기대는 별로 흔들리지 않았다.
실제 KCC와 증권사에 따르면 4분기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은 실리콘 자회사 모멘티브 공장의 노후한 생산설비 교체, 거래선 다변화에 따른 물류비용 증가 등이 꼽혔다.
그런데 이들 비용은 실리콘사업 확장 과정에서 들어가는 투자로 볼 수 있다.
김기룡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주요 글로벌 실리콘기업들의 실적과 비교해 보면 KCC의 4분기 실리콘사업부문 손익 부진은 전반적 업황 이슈보다는 자회사 모멘티브의 상황에 따른 영향으로 추정한다”며 “2022년에는 실리콘부문에서 기존 매출 성장과 더불어 국내 전기전자, 전기차 분야 등으로 적용범위 확대를 추진할 것이다”고 바라봤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이날 KCC 실적 관련 코멘트를 통해 “KCC는 실리콘사업 기초제품군 라인을 고부가 제품군으로 전환하면서 판가 상승으로 매출이 소폭 개선됐다”며 “모멘티브는 2020년부터 제품군과 마진율을 계속 개선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긍정적 방향성은 훼손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KCC 실리콘사업부문은 이미 올해 1월부터 EBITDA 마진율(상각전 영업이익을 매출로 나눈 값)이 다시 19%대를 회복하면서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미국 생산라인 전환과 재가동에 따른 제품개선 효과도 이익 증가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KCC는 올해부터 실리콘사업부문에서 국내 전기차 등 전기전자분야로 들어가는 적용범위 확대를 더욱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몽진 회장이 모멘티브를 인수하면서 계획했던 KCC실리콘과 모멘티브의 판매 네트워크 공유 등에 속도를 내면서 시너지 효과를 구체화한다.
KCC 관계자는 “모멘티브는 북미와 유럽에서 이미 포드 등 자동차기업, 전기전자산업분야 등에 많은 고객사를 확보해 실리콘제품을 납품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이런 산업분야로 사업 확대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리콘은 방수재료, 접착제 등의 원료다.
탄소가 포함된 석유화학제품과 달리 열을 받아도 타지 않아 건축·인테리어뿐 아니라 자동차, 의료, 반도체, 항공산업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쓰인다.
특히 최근에는 전기차, 신재생사업 등 열 관리가 중요한 산업분야에서 실리콘 적용이 늘어나면서 전방시장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차량 구성품 사이 접착 등에 사용될 뿐 아니라 전기차의 모터, 파워트레인에 적용돼 방열과 전자파 차폐, 경량화 등에 활용된다. 차세대 음극 소재로 적용되기도 한다.
글로벌 리서치기업 마켓앤마켓의 조사에 따르면 세계 실리콘시장은 2021년 167억 달러에서 연평균 7%씩 성장해 2026년에는 234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KCC는 모멘티브 인수 전에는 건축용 실리콘 접착제(실란트)를 중심으로 실리콘사업을 해왔다.
정 회장은 2000년대 초반부터 유기실리콘사업에 힘을 실어왔지만 크게 성공하진 못했고 태양광산업분야에서 쓰이는 무기실리콘(폴리실리콘)사업에도 도전했다가 업황 부진으로 타격을 봤다.
그러나 정 회장은 실리콘사업의 잠재력을 믿었다.
정 회장은 2018년 세계시장 3위 미국 실리콘제조기업 모멘티브퍼포먼스머터리얼즈를 3조5천억 원을 들여 인수하면서 다시 승부수를 던졌다.
모멘티브 인수를 계기로 KCC를 건자재기업에서 정밀화학소재기업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내놓았다.
정 회장은 2021년 1월 KCC의 실리콘부문 계열사들을 모두 모멘티브 아래로 넣은 뒤 비용 최적화와 기술교류, 판매망 확대 등에 나서면서 실리콘사업에 본격적으로 힘을 실었다. 같은 해 4월에 3836억 원을 들여 모멘티브 지분을 더 늘리고 지배력을 강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