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정부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 무력 충돌로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에 대응해 소재 수급처 다변화 등 대책 마련을 적극적으로 주문하고 있다.
반도체 핵심 소재 품귀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확대된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기업도 생산 차질과 원가 상승에 따른 영향권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14일 외국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미국 반도체기업들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 전쟁 발발 가능성에 가장 촉각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주로 수입하고 있는 팔라듐과 네온, 육불화부타디엔(C4F6) 등 반도체소재 공급이 줄어들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정부는 러시아를 대상으로 강경한 경제적 제재조치를 검토하고 있는데 러시아는 해당 반도체소재 공급을 중단하는 쪽으로 보복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백악관은 이미 미국 반도체기업들과 이런 가능성이 현실화될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소재 확보에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내용의 논의를 진행했다.
팔라듐은 주로 낸드플래시 반도체 생산에, 네온은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EUV공정 등에 쓰이는 소재인데 이외에도 여러 반도체소재가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 전쟁이 벌어지거나 러시아가 미국에 소재 수출을 중단한다면 자연히 이런 소재는 품귀현상을 겪을 수밖에 없고 가격도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물론 한국과 대만 등 반도체기업도 반도체소재 공급부족 사태와 반도체 생산원가 상승에 따른 영향권에 놓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정부는 한국 및 대만과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반도체산업에 미칠 수 있는 영향과 관련해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 국가들이 공조해 반도체 소재 공급부족 사태에 대응한다고 해도 전체 공급량 자체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악영향을 피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현재 글로벌 낸드플래시 1,2위 기업으로 낸드플래시에 사용되는 소재 공급부족에 경쟁사들보다 더 큰 타격을 받게 될 수도 있다.
포커스타이완에 따르면 대만 공업기술연구원은 TSMC와 같이 자체 소재 수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기업이 이번 사태로 받게 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기업도 최근 수년 동안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에 맞서 공급망 리스크 안정화에 주력해 온 만큼 어느 정도 대응할 능력을 갖춘 것으로 파악된다.
오히려 러시아의 반도체소재 수출 제한이 미국 반도체기업에 집중된다면 한국 반도체기업들은 반사이익을 얻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 반도체기업들이 생산에 더 큰 차질을 겪으면 공급이나 가격협상 등 측면에서 한국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만 공업기술연구원은 반도체 소재 공급 차질을 계기로 글로벌 반도체기업들의 시설 투자 계획이 축소되거나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TSMC와 인텔, 마이크론 등 올해 한국 반도체기업보다 공격적 시설 투자를 추진하고 있던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된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오히려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전 세계의 제조업 위축, 소비자 수요 감소 등 다양한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 반도체기업들도 이번 사태가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는 관계자를 인용해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벌어진다면 소재 가격이 상승하고 시장이 위축되겠지만 반도체 생산이 멈추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