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기업회생절차를 마무리하기 위해 채권단 설득이라는 마지막 고비를 앞두고 있다.

쌍용차의 새 주인이 될 에디슨모터스가 내놓은 인수대금으로 상거래채권을 포함한 회생채권을 모두 갚기에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파악된다.
 
쌍용차 올해 신차 출발 좋아, 회생계획안 채권단 동의 이끌 카드 되나

▲ 쌍용자동차 로고.


그런 만큼 채권단 설득 과정에서 쌍용차의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생존가능성을 보이는 일은 기업회생에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9일 쌍용차에 따르면 예정된 기한인 3월1일까지 서울회생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하는 일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현재 쌍용차 관리인 문제를 에디슨모터스와 쌍용차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어 일각에서는 회생계획안의 기간 내 제출이 불투명하다는 시선도 있지만 쌍용차는 이를 일축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매각 본계약이 이미 체결된 상황인 만큼 법원에서도 기한 연장을 고려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회생계획안을 차질 없이 예정된 기한에 제출하겠다"며 고 말했다.

쌍용차는 서울회생법원에 채권자별 변제 계획이 담긴 회생계획안을 제출하고 관계인 집회에서 이 계획안에 채권단 3분의2 이상 동의를 받아야 법원으로부터 최종 인가를 받고 기업회생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다.

하지만 자동차업계에서는 쌍용차 채권단이 회생계획안에 얼마나 동의할 지에 대해 불투명하다고 보는 시선이 만만치 않다. 

쌍용차의 매각 대금이 상거래채권을 포함한 기존 부채 규모에 크게 밑돌아 채권단 눈높이에 맞는 변제율을 제시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쌍용차의 부채는 공익채권 약 4천억 원뿐 아니라 회생채권까지 고려하면 모두 1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회생채권은 회생절차개시 전에 발생한 재산상의 청구권을 말한다.

반면 에디슨모터스와 본계약 체결 당시 결정된 인수대금은 약 3049억 원으로 쌍용차 부채 규모에 크게 못 미친다.

그나마 쌍용차가 올해 내놓은 신차들이 잇따라 흥행 조짐을 보이면서 생존 가능성 차원에서 채권단을 설득할 카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쌍용차는 올해 1월 뉴 렉스턴 스포츠&칸을 출시한 데 이어 첫 전기차 ‘코란도 이모션’의 판매를 눈앞에 두고 있는데 두 차량 모두 국내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뉴 렉스턴 스포츠&칸은 출시 2주 만에 누적 계약 3천 대를 넘었다. 전기차 코란도 이모션도 사전계약 3주 만에 쌍용차가 초도물량으로 준비한 3500대가 모두 계약돼 쌍용차가 추가적으로 협력사들과 협의해 부품조달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채권단에서는 쌍용차가 전기차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경쟁력이 하락할 우려를 제기했다. 하지만 코란도 이모션이 쌍용차 특유의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디자인 감성과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예상 외 흥행몰이를 하면서 이런 우려를 씻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이와 함께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SUV J100(코드명)을 놓고도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어 채권단에게 자동차산업에서 쌍용차 SUV의 경쟁력을 증명할 수 있는 카드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쌍용차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이 쌍용차 인수자 에디슨모터스를 여전히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기업회생절차 졸업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앞서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올해 1월27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에디슨모터스는 아직 재무적투자자(FI)를 확실히 확보한 것 같지 않고 많은 부채를 탕감하고 대출을 받아 사업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차입매수(LBO)로 보인다”며 “기업 인수합병 구조 가운데 가장 나쁜 게 차입매수인데 자기 돈 전혀 안들이고 인수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차입매수(LBO)란 사들이려는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금융회사에서 빌린 자금을 이용해 해당 기업을 인수하는 인수합병(M&A) 기법이다. 

특히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 인수 이후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담보 대출 등을 추진할 가능성이 여전히 나오고 있어 산업은행이 회생계획안에 반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회장은 “(쌍용차)회생계획안은 인수대금으로 기존 채무를 어떻게 변제하는지에 초점을 맞춰서 동의 여부를 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