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선해양이 연초부터 일감 확보에 고삐를 죄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수주에서 좋은 성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흑자전환도 바라보고 있는데 수익성에 직결되는 후판 가격협상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조선해양 올해 실적과 수주 전망 맑음, 후판 가격협상은 변수

▲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부회장.


8일 조선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올해도 대형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과 대형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하는 선박 발주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1월 세계 선박 발주량은 307만CGT(표준선 환산톤수)로 지난해 12월(178만CGT)보다 78% 증가했다.

특히 1월 세계 선박 발주량 가운데 14만㎥ 이상 대형 LNG운반선이 36%, 1만2천TEU(20피트 컨테이너선 적재량단위)급 이상 대형 컨테이너선이 31%였다. 두 선종 발주량이 3분의 2 이상을 차지했다.

지난해에도 2020년과 비교해 대형 LNG운반선 발주량은 51%, 대형 컨테이너선 발주량은 259% 늘었는데 이런 흐름이 이어지는 것이다.

김용민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친환경 에너지원으로서 LNG사용량 증가에 따라 LNG운반선 발주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컨테이너선도 1만2천TEU 이상급에서 발주가 견조할 것이다”며 “국내 조선사들은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운반선과 대형 컨테이너선 위주로 수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올해도 이처럼 수익성 높은 대형 LNG운반선과 대형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한 선박을 중심으로 일감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들어 현재 선박 34척, 37억 달러어치를 수주하며 이미 올해 수주목표 174억4천만 달러의 21%를 확보했다. 이 가운데 대형 LNG운반선 3척, 대형 컨테이너선 10척 등 고부가가치 선박이 13척이나 된다.

한국조선해양의 올해 수주목표는 지난해 수주목표(149억 달러)보다는 높지만 지난해 수주실적 228억 달러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조선업 호황에 힘입어 2년 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한 만큼 지속적 수주와 함께 수익성에도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연초부터 다양한 선종에 걸쳐 선박 발주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로 수익성을 고려한 선별수주에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수주 호조에 더해 2022년부터 흑자전환을 바라보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 1조3848억 원을 봤다.

국내 조선3사(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가운데 한국조선해양은 수익성이 비교적 양호한 2020년 수주성과를 토대로 가장 먼저 올해 흑자전환을 달성할 수 있는 조선사로 꼽힌다.

한국조선해양은 2020년 수주목표 달성률 86.9%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대우조선해양(78.2%), 삼성중공업(65.5%)보다 높고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조선해양이 중소형 선박을 건조하는 현대미포조선을 자회사로 둔 점도 빠른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된다. 중소형 선박은 납기가 1~1.5년으로 짧아 수주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실적으로 반영된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한국조선해양 흑자전환 가능성을 여전히 어둡게 보는 의견도 나온다.

일례로 대신증권은 8일 한국조선해양이 올해 영업이익 1870억 원을 거둘 것으로 예측한 반면 신한금융투자는 한국조선해양이 올해 영업손실 2476억 원을 낼 것이라고 바라봤다.

과거 수주 부진에 따른 저가 수주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므로 한국조선해양이 올해 영업흑자가 나더라도 규모가 크지 않거나 자칫 적자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조선해양 올해 실적에는 철강사들과 진행할 후판 가격협상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후판은 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을 말하며 선박용 철강재로 주로 사용된다. 후판은 선박 건조비용의 20%가량을 차지해 인건비와 기타 원재료비가 일정 수준으로 정해져 있는 조선사업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조선업계와 철강업계에 따르면 각 조선사와 철강사들은 조만간 상반기 후판 가격협상에 나선다. 조선사와 철강사는 일반적으로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2차례에 걸쳐 후판 가격협상을 진행한다.

지난해 한국조선해양의 대규모 영업손실의 주요 원인은 지난해 하반기 후판 가격 상승에 따라 설정한 충당금이다.

지난해 하반기 조선사와 철강사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40만 원가량 오른 톤당 110만 원 선에서 후판 가격협상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후판 가격 급등에 따라 조선부문에서 공사손실충당금 8960억 원을 반영했다.

후판 가격이 더 올라 한국조선해양이 추가 충당금을 반영하게 되면 규모에 따라 올해 흑자전환 가능성이 크게 낮아질 수 있는 셈이다.

올해 들어서도 후판의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조선사와 철강사의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월 마지막 주 철광석 평균 가격은 톤당 140달러를 웃돌았다. 지난해 상반기 톤당 240달러에 육박했던 것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지만 지난해 11월 90달러에서 다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조선사들은 지난해 고점과 비교해 철광석 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철강사들은 2021년 이전 수년 동안 후판 가격을 60만 원 안팎에서 협상해왔기 때문에 조선업 호황에 발맞춘 가격 인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상반기 후판 가격이 지난해 하반기와 비슷한 수준에서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7일 지난해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후판 등 강재 가격은 큰 폭으로 상승하거나 하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기존 예상한 원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봉환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조선사들은 2021년 신규수주 증가, 신조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주요 원자재인 후판 가격이 급등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저하됐다”며 “철광석 가격이 과거와 비교해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것으로 보여 조선사들의 수익성에 지속적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