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시급한 현안도 분명히 존재한다. 유통업계의 대세인 이커머스 시장에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롯데온을 탈바꿈하는 것부터 시작할 가능성이 떠오른다.
4일 롯데쇼핑 관계자에 따르면 김상현 부회장은 다음 주부터 공식적으로 롯데그룹에 출근한다.
김 부회장의 정식 인사발령은 2월1일자로 났다. 하지만 설 연휴 기간이 겹쳤고 이번 주에 업무일수가 이틀밖에 없는 점 등을 고려해 다음 주로 출근 날짜를 잡은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김 부회장이 앞으로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마련될 집무실을 중심으로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등을 오가며 롯데그룹 유통군과 롯데쇼핑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이 업무를 시작하면서 보고받을 현안은 차고 넘친다. 롯데쇼핑의 실적을 보면 알 수 있다.
롯데쇼핑은 8일 2021년 실적을 발표한다. 연결기준으로 매출 15조7037억 원, 영업이익 2490억 원을 냈을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2020년보다 매출은 3%, 영업이익은 28% 감소하는 것이다.
신세계와 이마트, 현대백화점 등 다른 유통기업들의 실적이 지난해 모두 개선된 것으로 추정되는 점과 비교하면 사실상 ‘나홀로 후퇴’인 셈이다. 특히 롯데쇼핑의 실적이 2015년 이후 6년 연속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은 상황이 매우 심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 부회장이 맡은 롯데그룹 유통군 총괄대표 겸 롯데쇼핑 대표이사라는 자리는 긴 이름만큼이나 할 일이 많은 자리다.
유통군이 거느리는 계열사만 20곳이 넘는다. 롯데쇼핑 대표이사로서는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롯데슈퍼, 롯데온 등 여러 사업부를 두루 챙겨야 한다.
김 부회장의 어깨가 무겁겠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시급한 현안부터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것도 그의 과제다.
사실 롯데백화점의 고급화 및 차별화, 롯데마트와 롯데슈퍼의 매출 회복 등을 놓고 보면 어느 하나 덜 중요한 과제도 없다. 유통군에 새롭게 도입된 HQ(헤드쿼터) 체제를 통해 계열사들의 시너지 전략을 고민하는 것도 놓쳐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커머스 시장에서 롯데온의 영향력을 넓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바라본다.
이커머스는 이미 유통업계의 대세다.
네이버와 쿠팡, SSG닷컴(이베이코리아 포함) 등이 이미 시장에서 3강 구도를 형성했지만 아직 점유율 20%를 넘는 기업이 없을 정도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11번가와 같은 전통의 강호들도 여전히 시장에 존재하며 마켓컬리와 오아시스마켓 등은 차근차근 영토를 넓히고 있다.
롯데쇼핑도 이런 흐름에 올라타기 위해 2020년 4월에 롯데그룹 온라인 통합 쇼핑몰 ‘롯데온’을 출범했다. 하지만 출범 2년 가까이 된 현재까지도 롯데온의 영향력은 미미하다.
이커머스 전문가로 꼽히는 나영호 롯데온 대표의 취임 이후 서비스 안정화와 조직개편을 통한 효율화, 고객의 지속적 확대 등에 성과를 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영향력 확대를 위한 지출이 늘어나면서 동시에 실적은 악화하고 있다. 롯데온이 2021년 1~3분기에 낸 영업손실은 1070억 원으로 매출 800억 원보다 많다.
모든 이커머스기업이 적자를 감수하고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롯데온 역시 투자를 멈추기는 힘들다. 하지만 네이버의 가격비교, 쿠팡의 로켓배송, SSG닷컴의 신선식품 등과 같은 하나의 차별점을 만들지 못하면 앞으로 투자를 통해 유의미한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 수도 있다.
김상현 부회장은 지난해 12월13일 임직원들에게 보낸 글에서 “지금까지 우리가 잘해온 것은 더욱 강화하고 방법을 알고는 있지만 미처 실행하지 못한 것은 신속하게 실행해 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며 “아직 방법을 찾지 못한 것은 그 해결책을 찾는데 역량과 자원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의 메시지를 요약하면 '선택과 집중'을 잘 하자는 것이다. 그의 선택에 롯데쇼핑의 변화가 달려 있다. [비즈니스포스트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