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재무건전성을 관리해야 한다. 동양생명 매각이 추진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몸값을 높이는 데도 신경을 써야 한다.
▲ 저우궈단 동양생명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
이를 위해 저우궈단 내정자는 보장성 보험 강화를 통한 수익성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3일 동양생명에 따르면 16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저우궈단 감사위원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한다. 임기는 3년이다.
당초 보험업계에서는 뤄젠룽 동양생명 사장이 동양생명의 실적 호조세에 힘입어 추가로 연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뤄 사장은 2017년부터 동양생명 대표이사로 일해왔다.
하지만 대주주인 중국 다자보험은 저우궈단 감사위원을 사장으로 선임하며 변화를 택했다.
저우궈단 감사위원이 사장으로 내정된 것은 2023년 새 국제회계기준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을 앞두고 보험사들이 재무건전성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과 연관이 깊어 보인다.
저우 내정자가 사장에 오르면 새로운 회계기준에 대응하기 위해 보장성 보험의 판매 확대에 힘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동양생명은 저축성 보험의 판매 확대를 통해 외형 확대를 추구했다.
하지만 저축성 보험은 책임준비금 적립 부담이 커서 새 국제보험회계기준이 도입되면 부채가 늘고 자본 건전성을 해칠 수 있는 만큼 수익성이 좋은 보장성 보험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동양생명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전체 수입보험료 가운데 보장성 수입보험료 비중이 약 49.2%로 2020년 같은 기간보다 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우 내정자는 보장성 보험의 신상품 개발에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동양생명은 지난해 보장성 상품 위주로 보험상품을 내놨는데 이러한 기조를 이어가는 셈이다.
동양생명은 지난해 4월 고액의 암 진단비를 보장해주는 ‘수호천사우리아이미래보장보험’을 출시했고 6월에는 고액 자산가를 위한 종신보험인 ‘수호천사경영인정기보험’을 내놨다.
저우 내정자는 이와같은 판매 확대와 신상품 개발을 통해 보장성 보험이 더욱 강화된 상품 포트폴리오 구성을 기대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3분기 기준 동양생명의 상품별 연납화보험료(APE)를 보면 보장성 보험 59.7%, 저축성 보험 31.6%, 연금보험 8.7%로 구성돼 있다. 2020년 3분기 보장성보험은 52.5% 수준이었다.
저우 내정자는 미국 코네티컷 대학교 대학원에서 금융수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미국 보험사 트래블러스와 모건스탠리에서 일했다.
이후 국립타이완대학교 재무금융연구소에서 교수로 근무하며 보험사의 자산과 부채 관리에 관해 강의를 하기도 했다.
저우 내정자는 타이완 홍타이보험그룹 회장, 타이캉보험그룹 부회장과 최고재무책임자(CFO), 선임고문, 타이캉보험그룹 비상임이사 등을 거쳐 지난해 3월부터 동양생명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일해왔다.
동양생명은 저우 내정자를 사장 후보자로 추천하며 “금융과 보험업을 경험한 보험업 전문가”며 “다양한 업무에 관한 전문성 및 노하우, 리더쉽 등을 두루 갖추고 있어 금융과 보험환경 변화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회사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건전 경영을 이끌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저우 내정자의 임기 중에 동양생명이 매각될 가능성도 있다.
저우 내정자로서는 매각 과정에서 제값을 받기 위해 동양생명의 수익성을 높이는 일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수익성이 높은 보장성 보험의 확대는 제대로 된 매각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다.
대주주인 다자보험은 중국 국유기업들의 출자로 만들어진 법인이다.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는 현재 다자보험의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
동양생명의 대주주 지분을 살펴보면 다자보험(전 안방보험) 42%와 안방그룹홀딩스 33.33% 등이다. 안방그룹홀딩스 역시 다자보험의 자회사다.
업계에서는 다자보험의 대주주가 민간기업으로 바뀌면 동양생명 매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