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옥 롯데지에프알 대표이사가 롯데그룹 디자인 경영의 첨병이 되려고 한다.

이 대표가 새롭게 내놓는 브랜드 '카파'를 디자인 주도 혁신을 추진 중인 롯데그룹의 성공사례로 만들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롯데지에프알 카파 애슬레저로 새 단장, 이재옥 롯데 디자인 경영 앞장

▲ 이재옥 롯데지에프알 대표이사.


2일 롯데지에프알에 따르면 3월 재출시를 앞두고 있는 카파를 애슬레저 브랜드로 재탄생시키기 위한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다.

롯데지에프알은 스포츠웨어 브랜드였던 카파를 라이프스타일 애슬레저(스포츠웨어와 일상복이 혼합된 가벼운 운동복 패션) 브랜드로 새단장해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태생)를 공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애슬레저 시장규모는 2016년 1조5천억 원에서 2021년 3조 원대에 이른 것으로 추산됐다. 

애슬레저 시장이 5년 만에 2배 가까이 성장하자 최근 패션기업들의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는데 롯데지에프알도 카파 브랜드를 앞세워 시장에 도전장을 내미는 것이다. 

이 대표는 판권계약을 맺고 카파 본사가 기획·디자인한 직수입제품이 아닌 국내에서 기획·디자인한 애슬레저 제품 위주로 선보이려고 한다.

롯데지에프알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카파의 재출시 초기에는 국내 디자이너가 기획한 제품 위주로 출시한다"며 "향후 직수입 제품의 비중이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롯데지에프알은 최고 수준의 디자이너를 영입해 제품 출시를 준비해왔다.

롯데지에프알은 지난해 9월 패션브랜드 '본봄'의 디자이너 조본봄, 지호영 등을 영입했다. 조본봄 디자이너는 카파와 소규모 패션컬렉션(캡슐 컬렉션)을 작업했다. 지호영 디자이너는 카파의 주력 제품군 출시를 위한 디자인을 맡았다.

조 디자이너는 걸그룹 블랙핑크의 무대의상 디자이너로 유명하고, 지 디자이너는 포브스 선정 '국내 3대 신진 디자이너'라는 점을 볼때 롯데지에프알이 카파의 디자인 변화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카파의 본사인 베이직넷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기존 유통사인 카파코리아의 인력도 일부 흡수했다. 이들은 국내의 카파 디자인 출시를 본사와 조율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지에프알 관계자는 "그동안 퍼포먼스 중심인 카파의 제품 구성을 전면 개편했다"며 "카파가 가진 이탈리아의 감성과 헤리티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카파의 유통은 오프라인 가두점을 시작으로 온라인까지 점점 늘려나간다는 방침을 정했다. 현재 카파는 오프라인 유통망을 15개 확보했는데 이를 올해 말까지 50곳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정준호 전 롯데지에프알 대표이사가 현재 롯데쇼핑 롯대백화점사업부 대표이사를 맡고 있어 이 대표의 유통망 확보에 힘을 실을 것이란 시각이 나온다.

롯데지에프알 관계자는 "현재 롯데백화점 위주로 입점이 추진되고 있으며 패션플랫폼 등 온라인 채널 입점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 카테고리 확대 및 해외진출 등 장기 계획을 통해 카파의 매출을 2025년 1천억 원대로 성장시킨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카파의 올해 매출 목표는 300억 원 규모다.

롯데지에프알은 중장기적으로 카파의 아시아 판권 전체를 운영할 수 있는 전략적 관계도 맺어둬 글로벌 비즈니스까지 확장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지에프알 관계자는 "일본과 중국을 제외한 카파의 우선사업권을 확보했다"며 "다만 카파가 안정적으로 국내에서 자리를 잡아야 해외진출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패션업계에서는 이 대표가 롯데그룹 디자인 경영의 선봉장으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최근 디자인 경영을 선언하며 디자인경영센터를 새로 만들고 롯데그룹의 디자인을 혹평했던 배상민 카이스트 교수를 센터장으로 영입하는 등 이미지 개선을 위한 디자인 혁신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패션은 디자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분야로 이 대표가 최근 몇 년 동안 국내에서 고전했던 카파를 애슬레저 브랜드로 성공적으로 안착시킬 수 있다면 롯데그룹의 디자인 경영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롯데지에프알의 카파 디자인 혁신이 유통·소매부문 전반에 걸쳐 롯데 브랜드 파워의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1970년 태어나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1995년부터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청량리점, 잠실점 등을 거쳐 2009년 롯데백화점 마케팅전략팀장을 맡았다. 2013년부터 롯데백화점 중동점장, 여성패션부문장,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장, 롯데백화점 상품본부장을 지내다가 2021년 12월 롯데지에프알의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 대표는 롯데백화점에서 고급화·차별화·MZ세대 공략 등을 시도해 혁신적 상품기획(MD)에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즈니스포스트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