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사업자 SK브로드밴드가 국내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의 급성장 흐름을 타고 맞춤형 디지털광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유료방송시장이 성장한계에 부딪히자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이용자를 대상으로 플랫폼을 구축해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드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최진환 SK브로드밴드 대표이사 사장.

▲ 최진환 SK브로드밴드 대표이사 사장.


30일 SK브로드밴드에 따르면 최근 새로 출시한 OTT박스 ‘플레이제트’를 통한 맞춤형 디지털광고로 추가 수익원을 확보하겠다는 사업전략이 추진된다.

플레이제트는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플랫폼뿐 아니라 실시간TV 채널, 게임, 노래방 등을 모두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기능을 갖춘 OTT박스다.

SK브로드밴드는 인터넷TV에서 약 2년 동안 '어드레서블TV' 광고사업을 펼친 경험을 바탕으로 맞춤형 광고 사업에서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어드레서블TV 광고란 TV를 시청하는 가구의 특성과 관심사에 따라 가구별로 각기 다르게 송출하는 맞춤형 디지털광고를 말한다.

SK브로드밴드가 플레이제트를 통한 맞춤형 광고사업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우선 플레이제트 이용자를 크게 늘리는 것이 급선무다.

이를 위해 SK브로드밴드는 제휴를 맺은 웨이브, 티빙, 왓챠, 아마존프라임비디오, 애플TV플러스 등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플랫폼 5곳의 콘텐츠를 한번에 검색할 수 있는 기능을 플레이제트에 탑재했다.

SK브로드밴드는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플랫폼을 공통으로 사용하는 이용자들이 플레이제트 사용에 관심을 보이며 이용자가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플레이제트 이용자가 늘어나면 플레이제트 내 무료 실시간(스트리밍) 방송채널을 활용한 맞춤형 디지털광고사업에 힘이 붙을 수 있게 된다.

무료 실시간 방송채널에서는 영화, 드라마, 예능, 스포츠, 뉴스 등 방송채널 32개와 VOD 500편이 제공된다. SK브로드밴드는 플레이제트 이용자들의 채널 검색, 영상 시청빈도 등을 분석해 맞춤형 디지털광고를 선보인다는 전략을 세웠다.

일반적으로 맞춤형 디지털광고는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한 대중광고보다 광고효율이 더 높아 광고단가가 비싸다. 

유료방송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가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플랫폼을 활용한 맞춤형 디지털광고 사업에 눈을 돌린 것은 국내 미디어환경이 변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 인터넷TV(IPTV)와 케이블TV를 포함한 유료방송 가입자 가입자보다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플랫폼 이용자 수가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인터넷TV와 케이블TV를 포함한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2021년 6월 기준 3230만 명으로 2020년 6월(3110만 명)보다 3.9% 늘어나는 데 머물렀다. 

반면 국내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가입자 수가 2020년 10월 1580만 명에서 2021년 10월 2490만 명으로 57.6%나 증가한 것으로 SK브로드밴드는 추산했다.

더구나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플랫폼 이용자 1명이 평균 2.69개의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SK브로드밴드는 2020년 하반기부터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이용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을 준비해왔다.

최 사장은 2022년도 신년사에서 “콘텐츠웨이브 뿐만 아니라 애플, HBO 등 글로벌 콘텐츠제공자(CP)와 제휴 협력을 더 강화할 것이다”며 “디지털마케팅 역량을 강화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다만 플레이제트에서 정작 국내 1위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플랫폼인 넷플릭스를 이용할 수 없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플레이제트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구글플레이 등 앱마켓을 통해 디즈니플러스 등 SK브로드밴드와 제휴를 맺지 않은 온라인 동영상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러나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는 인터넷망 사용료를 놓고 소송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플레이제트에서 넷플릭스를 이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김혁 SK브로드밴드 미디어CO담당은 플레이제트 출시를 기념하는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플레이제트는 오픈 플랫폼이기 때문에 넷플릭스와 충분히 협력할 수는 있지만 넷플릭스와 망 사용료를 놓고 소송을 진행하고 있어 협력을 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 담당은 “향후 플레이제트가 시장에서 자리잡는다면 넷플릭스로서도 고객 유치를 위해 플레이제트와 협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