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2022-01-24 14:51:46
확대축소
공유하기
국민연금이 포스코의 지주사체제 전환과 관련한 의결권 행사를 놓고 부담스러운 선택을 앞두고 있다.
소액주주들을 중심으로 국민연금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센 가운데 포스코의 주주가치 제고 노력을 인정해 찬성 의결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 국민연금공단 로고.
국민연금공단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는 24일 회의를 열고 포스코 임시 주주총회에서 물적분할 안건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지, 행사한다면 찬성할지 반대할지 등을 논의했다.
포스코는 오는 28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철강사업회사의 물적분할을 통한 지주사체제 전환 안건을 의결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이번 수탁위 결정을 토대로 포스코 주주총회에 나가 의결권을 행사한다.
국민연금으로서는 어떤 선택을 하든 이번 의결권 행사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주주총회 결과를 사실상 좌우할 오너가 따로 있는 다른 국내 대기업과는 달리 포스코는 국민연금이 지분 9.75%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국민연금이 찬성이나 반대 의결권 행사에 따라 지게 될 자체적 부담이 클 뿐 아니라,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의 의견과 다르게 결론이 났을 때도 비난에 직면할 소지가 있다.
내용으로 봐도 국민연금의 찬성 의결권 행사에는 소액주주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반대 의결권 행사에는 최근 주주대표소송 권한의 일원화 등을 놓고 연금사회주의라며 비판을 높이고 있는 경영계와 갈등이 높아질 수 있다.
다만 국민연금 수탁위에서 이번 포스코의 물적분할을 놓고 이전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 다른 대기업의 물적분할 때와는 달리 찬성 의결권 행사로 결론을 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업들의 물적분할에 소액주주들이 반발하는 주된 이유로는 물적분할된 자회사의 상장에 따른 지주사 주주가치의 훼손이 우선 꼽힌다.
국민연금은 역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물적분할 때 “분할의 취지와 목적에 공감하나 지분가치 희석 우려가 있다”고 반대 의결권 행사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포스코는 반대 여론을 의식해 지주사 주주가치의 제고를 위한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여러 차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더라도 물적분할한 철강회사를 상장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포스코는 자회사를 상장하려면 지주사가 될 포스코홀딩스의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야 한다고 정관에 명시하기도 했다.
그 밖에 18년 만에 자사주 일부를 소각하고 주당 1만 원 이상으로 배당을 확대하겠다는 등 주주친화 정책도 내놓고 있다.
포스코의 주주가치 제고 노력과 관련해 의결권 자문사들이 긍정적 평가를 내놓고 있다는 점은 국민연금의 찬성 의결권 행사 가능성에 무게를 더하는 요인이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를 비롯해 글래스루이스 등 주요 의결권 자문사 4곳은 국민연금에 “포스포의 물적분할이 주주가치를 훼손할 가능성이 낮다”며 찬성 의결권 행사를 권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포스코의 물적분할에 반대 의결권 행사를 권고한 곳은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 정도다.
물론 국민연금이 주요 자문사들의 권고를 그대로 따르는 것은 아니다. LG화학, SK이노베이션의 물적분할 때도 ISS 등은 찬성 권고를 했지만 국민연금은 당시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하지만 포스코에서 외국 기관 등 외국인 투자자 지분이 과반 이상인 52% 정도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세계 양대 자문사로 꼽히는 ISS와 글래스루이스 등의 영향력은 이전 사례와 달라 보인다.
증권가에서 포스코의 지주사 체제 전환에 지속적으로 긍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 11일 낸 분석리포트에서 “일반적으로 물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전환은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면서도 “하지만 포스코는 물적분할을 전후로 공격적으로 신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기대 돼 지주사 전환은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