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 '유니콘' 기업으로 꼽히는 무신사가 자체브랜드에 이어 골프, 명품으로 사업영역을 빠르게 확대하면서 덩치를 키우고 있지만 점차 경쟁업체들과 비슷해지고 있다는 비판도 함께 흘러나온다.

한문일 무신사 공동대표이사는 회사 규모를 키우면서도 무신사의 뿌리인 '커뮤니티커머스'로서 차별성을 되찾는 데 역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몸집 커진 무신사 식상해질라, 한문일 커뮤니티커머스 초심 찾기

▲ 한문일 무신사 공동대표이사.


23일 무신사 안팎의 얘기를 들어보면 한 대표는 패션 스타트업 인수와 육성에 애를 쓰고 있다.

무신사는 지난해 ‘스마트 무신사 한국투자 펀드’를 만들어 패션업계에서 성장가능성이 큰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하고 있으며 이렇게 인수한 스타트업을 무신사의 패션 공유오피스 ‘무신사 스튜디오’에 입주시켜 초기성장을 돕고 있다.

한 대표는 지난해 7월 공동대표에 취임하기 전부터 무신사 스튜디오 팀장으로서 스타트업 육성을 책임져 왔다. 무신사의 CFO 역할을 겸하면서 굵직한 투자 건도 주도했다.

지난해 무신사 품에 안긴 스타트업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투자처는 단연 스타일쉐어다. 무신사는 스타일쉐어를 3천억 원가량의 자금을 투입해 인수했다. 패션업계는 시장에서 2천억 원대 매물로 평가되던 스타일쉐어를 고가에 인수한 까닭을 놓고 무신사가 스타일쉐어의 커뮤니티 정체성에 주목했을 것으로 본다.

스타일쉐어는 고객 상당수가 여성이라는 점에서 무신사의 아픈 손가락 ‘우신사’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무신사는 2016년부터 여성고객을 위한 ‘우신사’를 열고 강력한 프로모션을 펴 왔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한 대표는 스타일쉐어 인수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스타일쉐어는 ‘패션피플을 위한 인스타그램’이라고 불리며 주로 10~20대 여성을 고객으로 확보한 곳이다.

과거 ‘무진장 신발 사진 많은 곳’이라는 패션 커뮤니티에 패션몰 기능을 더하면서 국내 최대 온라인패션몰로 성장한 무신사의 초기 모습과 닮았다.

한 대표가 스타일쉐어 인수 뒤에도 창업자인 윤자영 대표 체제를 그대로 유지한 배경도 기존 경영진의 커뮤니티 운영 노하우를 높게 평가했기 때문일 수 있다.

최근 무신사는 커뮤니티로서 차별성을 잃고 다른 쇼핑몰과 유사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심심치 않게 나왔다. 쇼핑몰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취급하는 상품 카테고리가 늘어나면서 정작 무신사 성장의 토대였던 커뮤니티 운영은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것이다.

현재 무신사 커뮤니티는 무신사 매거진 페이지를 거쳐 들어가야 하는 점, 댓글을 쓸 수 없도록 바뀐 정책 등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반응을 사고 있다. 한 이용자는 "이용하기 불편하게 만들어서 커뮤니티를 없애려는 것이냐"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2022년 안에 상장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무신사 주주 및 투자자들은 3조5천억 원 이상의 기업가치 평가를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월 세콰이아캐피털로부터 1300억 원을 투자받았을 당시 무신사의 기업가치는 2조5천억 원으로 평가됐다.

무신사는 매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나 그 속도가 점차 둔화하는 점은 한 대표에게 부담일 수 있다.

무신사는 2019년 매출 2197억 원을 내며 전년보다 매출이 105% 늘었지만 2020년에는 매출 3319억 원을 내며 매출증가율은 51%로 둔화했다. 다만 2021년에는 크고 작은 인수합병 효과에 힘입어 매출이 크게 뛴 것으로 추정된다.

무신사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스타일쉐어 합병이 마무리되면서 2021년 연결실적에 반영됐다”며 “매출과 영업이익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으나 2021년 거래액을 보면 2조3천억 원으로 2020년보다 92% 늘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