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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그룹이 운영해 온 미술관을 정리할까?
28일 삼성그룹과 미술계에 따르면 삼성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세 미술관 가운데 하나인 ‘플라토’가 17년 만에 문을 닫는다.
삼성문화재단은 이달 28일부터 오는 8월 14일까지 열리는 중국 차세대 설치미술 작가 리우웨이 개인전을 마지막으로 플라토를 폐관한다고 밝혔다.
플라토는 세종대로(옛 태평로)의 삼성생명 빌딩 1층에 있는데 지난 1월 이 건물이 부영그룹에 매각되면서 삼성문화재단이 미술관도 함께 정리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문화재단은 플라토의 재개관 가능성에 대해 아직까지 특별한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
플라토가 문을 닫게 되면 삼성미술관은 서울 용산구의 리움과 경기도 용인시의 호암미술관 등 두 곳만 남게 된다.
플라토는 1999년 오귀스트 로댕의 ‘지옥의 문’과 ‘칼레의 시민’을 상설전시하면서 ‘로댕갤러리’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다. 두 작품의 가치는 현재 시가로 수백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플라토 폐관 후 로댕의 작품이 어디로 옮겨질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플라토는 삼성 특검 여파로 2008년 5월 문을 닫았다가 2011년 5월 ‘고원’이란 뜻의 프랑스어 플라토로 이름을 바꿔 재개관했다.
삼성생명 건물 매각 뒤 미술계에서 플라토의 서울 강남 삼성사옥 이전설도 나돌았지만 결국 폐관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한 공립미술관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일부 계열사를 정리하고 자산을 매각해 한창 군살빼기에 몰두한 상황에서 전시공간이 없어진 미술관을 유지할 명분을 찾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미술관사업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리움의 주축이던 삼성어린이박물관의 경우 최근 인력을 내보내 별도 법인화하고 분가시켰다.
리움은 최근 수년새 학예직들을 다수 내보냈는데 계획된 전시들만 진행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화랑가에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삼성그룹의 작품 구매가 사실상 동결됐다는 얘기가 돈다.
한 미술계 인사는 "반도체나 스마트폰과 달리 미술관사업은 돈을 벌어들이는 게 아니고 재단 등으로부터 돈을 지원받아야 한다"며 "실용주의의 이 부회장에게 이처럼 돈 되지 않는 미술관사업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젊은 시절부터 도자기와 공예 등 고미술을 섭렵한 선대회장들과 달리 컬렉터 수업을 따로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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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생명 본사 건물. |
그는 인문학을 먼저 알아야 한다는 선대회장의 권유로 서울대 동양사학과에 입학했는데 고지도, 금석문 등에 관심을 보였지만 현대미술에 별다른 애착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부회장은 2007~2008년 미술품 비자금 특검의 빌미가 된 팝아트 화가 로이 릭턴스타인의 ‘행복한 눈물’을 구매할 때도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용철 변호사가 이 작품이 이건희 회장의 저택에 있었다고 폭로하면서 특검이 시작돼 이 부회장은 현대미술과 악연을 맺게 된 셈이다.
삼성그룹이 부인하긴 했지만 얼마전 한 언론사가 ‘삼성그룹 호암아트홀 매각’이란 기사를 내보내면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은 한바탕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호암아트홀 소유주인 삼성생명이 사돈 기업인 중앙일보에 매각한다는 내용이었다.
삼성생명이 금융지주사 전환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호암아트홀 매각에 나섰다는 관측이 업계에서 나돌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