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주 쿠캣 대표가 GS리테일이라는 든든한 배에 제 때 올라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쿠캣을 GS리테일의 자회사로 만듦으로써 경쟁이 심화되는 가정간편식시장에서 한판 승부를 벌일 준비를 갖추게 됐다.
 
쿠캣은 GS리테일이 필요해, 이문주 가정간편식 경쟁 든든한 뒷배 확보

▲ 이문주 쿠캣 대표.


19일 쿠캣에 따르면 GS리테일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 모회사와의 시너지를 구체화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문주 대표는 점차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정간편식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려면 스타트업 형태를 유지하는 것보다 대기업의 지원을 받으면서 사업을 키워나가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여겨진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내 가정간편식시장 규모는 2021년에 4조3천억 원까지 성장했다. 올해에는 5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시행되면서 집밥 수요가 늘어난 것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비대면 쇼핑이 활발해지면서 신선식품과 온라인 장보기 등이 확산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시장 규모가 커진 만큼 경쟁자도 전방위로 확대됐다. 중소규모 외식업체뿐 아니라 CJ프레시웨이와 신세계푸드 등 단체급식기업, 농심과 하림 등 식품제조기업들도 앞다퉈 가정간편식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쿠캣의 성장속도는 여전히 빠르다. 쿠캣에 따르면 2017년에는 매출이 43억 원에 불과했지만 2019년 185억 원에 이어 2020년에 390억 원을 달성했다. 그동안 성장세에 비춰 보면 2021년 매출은 500억 안팎까지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아직 안정적으로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쿠캣의 약점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쿠캣을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적자 상태를 벗어나 글로벌 브랜드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와 같은 새로운 시도가 필요했을 수 있다.

이 대표가 이런 상황에서 GS리테일과 손을 잡은 이유는 GS25와 협업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쿠캣은 2021년 5월 GS25에 냉동 디저트 상품인 ‘딸기쏙 찹쌀떡’을 입점시켰는데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구매 인증샷이 이어지면서 큰 관심을 받았다. 딸기쏙 찹쌀떡은 입점 이후 해당 상품 카테고리에서 매출 1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협업을 통해 쿠캣은 주요 소비층으로 노리고 있는 MZ세대(1980년대 초반~ 2000년대 초반 태생)의 반응을 더 폭발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었다. MZ세대의 호응을 바라던 GS25의 상황을 감안하면 두 회사의 협업은 이해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대규모 유통채널 확보 측면에서도 GS리테일의 매력은 많다. GS25와 GS프레시 등 GS리테일이 보유한 오프라인 매장은 전국적으로 1만6천여 개에 이른다. 쿠캣도 앞서 오프라인 매장인 쿠캣마켓을 열었지만 매출을 크게 늘리기 위해서는 대규모 유통채널이 필요하다.

쿠캣이 GS리테일의 매장을 활용하면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하는 데 드는 비용과 위험부담을 줄이면서도 판매를 크게 늘릴 수 있다.

GS리테일이 지난해 인수한 요기요 역시 쿠캣의 유통채널 확대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요기요를 통해 쿠캣마켓의 조리식품을 즉시배달하면 단순한 가정간편식기업이 아닌 외식기업으로도 소비자에게 각인될 수 있다.

이 대표가 쿠캣의 파트너로 GS리테일을 선택한 데는 투자자금 확보도 고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GS리테일과 재무적 투자자인 NH투자증권 PE본부를 통해 쿠캣이 성장 여력을 증명하면 추가로 자금을 투입하기 쉬워진다. 외부 투자 유치에 불확실성을 겪고 여러 방면으로 애써야 하는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벗어난다면 비교적 짧은 시간에 적은 노력으로 추가 자금을 투입할 수 있다.

이 대표는 14일 임직원 타운홀 미팅에서 “올해는 지난해 성과를 안정적 이익 기반 확보와 생존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며 “앞으로도 쿠캣의 지속가능한 브랜드 성장을 위해 적재적소에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에게 남은 과제도 적지 않다.

쿠캣은 MZ세대 취향을 포착하고 이를 상품화하는 역량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GS리테일의 울타리 안에서도 이러한 차별화한 사업 역량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앞으로 증명해나가야 한다.

앞서 신선식품 새벽배송을 추진해온 헬로네이처는 마켓컬리보다 먼저 사업을 시작했고 회원 수도 더 많았다. 하지만 2016년 SK플래닛에 인수된 이후로 새벽배송시장의 성장 속도가 느려지고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11번가로 사업이 분리됐고 BGF로 대주주도 바뀌게 됐다.

쿠캣이 GS리테일에 인수된 뒤 그동안 강점으로 평가받았던 사업 역량을 지키지 못하면 비슷한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다.

이 대표도 이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인수 전에 조직 운영과 경영에 관해 GS리테일과 협상을 마친 것으로 파악된다. GS리테일은 쿠캣 인수사실을 발표하면서 이 대표 체제가 지속되고 GS리테일은 이사회를 통해 거시적 사업방향성과 조언 등을 맡는 수준으로 경영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GS리테일이 다른 스타트업을 인수했을 때보다 사업계획을 구체적으로 발표한 점도 쿠캣의 장점을 살리는데 초점을 맞춘 인수합병이라는 목소리에 힘을 싣는다. 두 회사는 쿠캣 상품을 GS리테일의 오프라인 점포에서 판매하는 방식으로 기초적 협업을 진행한 뒤에 퀵커머스와 이커머스로 시너지를 넓혀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GS리테일은 13일 쿠캣의 경영권을 인수하고 최대주주주에 오른다고 발표했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쿠캣은 GS리테일의 자회사로 편입된다.

GS리테일은 인수를 결정하면서 구주 매수와 신주 발행 등을 포함해 약 550억 원을 투자하고 재무적 투자자인 NH투자증권 PE본부는 신주 발행 등에 약 3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기업인수 심사는 마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정확한 인수 완료 시점을 예상하기는 어렵다"며 "현재까지 전체 인수 과정의 중간 단계에 있다고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정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