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2025년 인천 영종도에 구축되는 엔진정비 클러스터를 기반으로 항공정비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대한항공은 현재 항공정비사업을 하고 있지만 아직 자체 항공기 엔진을 정비하는 수준에 그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현재 항공정비사업은 내부 물량을 소화하는 수준으로 이를 소화하기에도 벅찬 수준이다”며 “현재 항공정비사업은 항공우주부문에 속해 있는데 이 사업부문은 항공기 제작사에 납품하는 부품 판매 매출과 군용 항공기 개발과 관련한 매출이 대부분이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 합병을 발판으로 항공정비사업을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나항공과 합병이 마무리되면 보유 항공기 수가 늘어나게 돼 자체 물량만 소화한다고 해도 이전보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
대한항공의 항공정비사업은 그동안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에는 다른 글로벌 항공사와 비교해 체급이 낮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여객기 133대, 화물기 23대 등 모두 156대의 항공기를, 아시아나항공은 여객기 69대, 화물기 12대 등 모두 81대의 항공기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를 기준으로 본다면 통합항공사가 보유하는 항공기는 모두 237대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의 에어프랑스가 항공기 225대, 독일의 루프트한자가 항공기 282대를 보유하고 있는 것과 비교할 때 글로벌 항공사들과 견줄 수 있는 대형항공사로 거듭나게 되는 셈이다.
국내에서 항공정비와 수리가 이뤄지면 해외에 맡기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운송비를 비롯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이 때문에 자체 정비 여력이 없는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정비 수요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은 고도의 기술력과 시간이 드는 중정비나 엔진정비 등을 싱가포르와 중국 등의 외국 정비회사에 맡겨왔다.
코로나19가 확산한 이후부터는 주로 경상남도 사천시에 있는 항공우주산업(KAI)의 자회사인 한국항공서비스(캠스·KAEMS)에 맡기고 있다.
대한항공이 글로벌 엔진정비 협력체에 가입하면서 해외에서도 항공엔진 정비 물량을 수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해 12월 항공기 엔진 제작사인 프랫앤휘트니(P&W)와 차세대 GTF 엔진 정비 협력체 가입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협력체에 가입하면 플랫앤휘트니에서 항공정비 물량을 배정받게 된다”며 “국내 항공사 물량뿐만 아니라 해외 항공사 물량도 배정받을 수 있어 기존보다 엔진정비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그동안 항공정비에 필요한 기술력을 확보하는 데 꾸준히 공을 들여왔다.
대한항공은 민간 항공기 엔진정비 전문시설을 갖추고 1976년 보잉707 항공기 엔진 중정비 작업을 시작한 이후 지난해 말까지 대한항공 항공기 약 4600여 대의 항공기 엔진정비를 수행해왔다.
2004년부터는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다른 항공사 항공기 190여 대의 엔진정비도 수주한 바 있다.
대한항공은 인천시와 함께 2025년까지 인천 영종국제도시에 3346억 원을 투자해 항공기 엔진정비 클러스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인천시는 엔진정비 클러스터가 구축되면 1천 명 이상의 항공기 엔진기술 일자리를 창출하는 항공기 엔진정비 생태계가 구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대한항공이 적극적으로 항공정비사업에 나서는 것을 두고 국내 항공정비사업이 이분화돼 결과적으로 한국의 항공정비사업 경쟁력이 약화할 것을 우려하는 시선도 여전히 있다.
국토교통부는 2017년 12월 경상남도 사천시에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정부지원 항공정비사업자로 선정한 바 있다.
그 뒤 한국항공우주 등이 출자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항공정비 전문회사인 한국항공서비스(KAEMS)가 2018년 출범했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기업인 대한항공이 항공정비사업을 확대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천시에서 이를 반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며 “대한항공이 항공정비사업을 확대하면 사천시와 한국항공서비스가 인천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금 등을 바탕으로 항공정비사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 등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