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국책은행의 자본 확충에 '구원투수'로 나설까?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구조조정의 핵심 역할을 맡은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의 자본금을 늘리는 데 한국은행의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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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6일 구조조정협의체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국책은행이 향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추가손실을 분담하려면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며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 지원을 요청했고 관계자들이 조만간 만나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출입은행은 지난해에 자본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10.11%에 머물렀다. 이는 금융감독원의 안전기준인 10%에 턱걸이한 수준이다.
산업은행은 14.28%를 기록했지만 조선 해운 등 취약업종 대기업에 거액의 자금을 빌려줘 자본적정성 악화를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국책은행의 자본 확충에 대해 정부에서 아직 구체적인 지원 요청을 받지 않았다”며 “현재로서는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한국은행이 국책은행에 자금을 출자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재량지출을 줄이기로 결정하는 등 재정 여력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는 지난해에도 산업은행에 전체 2조 원, 수출입은행에 산업은행의 지원을 포함해 1조6300억 원을 현물출자했다”며 “올해 또 현물출자를 하려면 국무회의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현재 재정 상태를 감안하면 의결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현행 수출입은행법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수출입은행에 대해 곧바로 출자지원을 할 수 있다. 한국은행은 1976년부터 수출입은행에 전체 1조2천억 원을 출자해 현재 지분율 13%로 2대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27일 서울NPO지원센터에서 열린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한국판 양적완화 실현가능성’ 토론회에서 “기업 구조조정의 시급성을 감안하면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의 의결만 받으면 되는 발권력 동원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밝혔다.
한국은행이 산업은행에 직접 출자하려면 산업은행법이 개정돼야 한다. 현행 산업은행법은 출자를 받을 수 있는 기관을 정부로 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은행에서 산업은행에 직접 출자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찮다. 새로 구성되는 국회는 ‘여소야대’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국책은행의 부실을 한국은행에서 계속 떠안게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직접적인 출자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호중 더민주 기획재정위원회 간사는 27일 한 인터뷰에서 “한국은행이 국책은행에 출자하는 방안을 허용하면 이전에 수출입은행에 그랬듯 매번 어려울 때마다 나서야 한다”며 “이는 옳은 일이 아니며 동의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장병완 국민의당 정책위원회 의장도 26일 언론 인터뷰에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자본 확충에 한국은행이 참여할 경우 구조조정을 받는 기업의 대주주와 채권단의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진다”며 “이는 책임정치의 차원에서 추진하면 안 되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