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유료멤버십 가격 인상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상장 이후에도 끊이지 않는 적자구조를 놓고 수익성 개선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쿠팡 멤버십 가격 차등 인상, 수익성 개선인가 재투자 위한 포석인가

▲ 강한승 쿠팡 대표이사 사장.


하지만 쿠팡이 멤버십 가격 인상으로 실제로 쥐게 되는 현금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점에서 이번 정책의 초점이 수익성 끌어올리기에 있지 않다는 시선도 있다.

9일 쿠팡에 따르면 쿠팡의 유료멤버십 ‘쿠팡와우’의 기존 회원에 대한 가격 인상 시기는 아직 미정이다.

쿠팡은 지난해 12월30일부터 쿠팡와우에 새로 가입하는 회원을 대상으로 멤버십 가격을 기존 월 2900원에서 월 4990원으로 인상하면서 “기존 회원 요금의 변경은 향후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회원을 대상으로 한 멤버십 가격 인상을 이미 언급해놓은 만큼 늦지 않은 시기에 공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규 회원과 기존 회원의 멤버십 가격에 차등을 둔 채로 사업을 지속하면 신규 회원을 중심으로 차별과 관련한 논란이 일 수 있다. 기존 회원보다 굳이 비싼 가격에 유료멤버십에 가입해야 하느냐는 목소리는 새 회원 유치에 부정적이기도 하다.

쿠팡 관계자는 가격 인상 시기를 놓고 “언제 이뤄질지는 알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멤버십 가격 인상의 목적을 놓고 ‘수익성 높이기’에 시동을 걸고 있다는 분석들이 많다. 최근 멤버십 가격 인상과 함께 음식배달 서비스 플랫폼인 쿠팡이츠의 수수료 개편을 추진한 것 역시 이런 수익성 제고 정책의 하나로 분석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 따져봤을 때 멤버십 가격 인상이 쿠팡의 적자폭 개선에 줄 수 있는 효과는 제한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쿠팡은 정확한 유료멤버십 가입자 수를 공개하지 않는다. 뉴욕증시에 상장할 때 제출한 기업보고서에서 2020년 12월31일 기준으로 전체 활성사용자(Active Customers) 수의 32%가 로켓와우에 가입했다고 설명한 것이 전부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쿠팡의 활성사용자 수가 1680만 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기존 멤버십 회원 수는 537만6천 명 수준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전체 회원을 놓고 멤버십 가격을 한 달에 2천 원씩 인상한다고 가정하면 매달 108억 원 수준의 매출이 더 생기는 것이다. 1년으로 환산하면 약 1300억 원 규모다.

쿠팡이 지난해 1~3분기에 낸 영업손실이 1조3천억 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익성 개선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크지 않은 셈이다.

쿠팡이 멤버십 가격 인상분을 신선식품분야에서 경쟁력을 키우는 데 투자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여태껏 쿠팡이 적자를 감수하면서 물류인프라 투자에 공격적 행보를 보였듯 다음 투자 행보가 신선식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쿠팡은 비식품분야에서는 압도적 경쟁력을 보이고 있지만 신선식품분야에서는 SSG닷컴과 마켓컬리, 오아시스와 같은 기업과 여전히 경쟁하고 있다.

신선식품분야는 아직 온라인 침투율(전체 소비지출에서 온라인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머물러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꼽힌다. 공산품의 온라인 침투율은 50% 정도다.

실제로 쿠팡 최고경영진들은 투자 확대를 계속 강조하고 있다.

강한승 쿠팡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해 12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고객을 감동시키기 위해서는 고정관념을 벗어난 과감한 생각과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며 "현재 쿠팡은 고객만족을 위한 투자에 집중할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범석 쿠팡Inc(쿠팡 모회사) 최고경영자 겸 이사회 의장은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인 ‘로켓프레시’를 콕 집어 투자대상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쿠팡 멤버십 가격 차등 인상, 수익성 개선인가 재투자 위한 포석인가

김범석 쿠팡Inc 최고경영자 겸 이사회 의장.


김 의장은 지난해 11월12일 진행한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로켓프레시 시설의 약 절반이 공사중이거나 이제 막 문을 열었다"며 "우리는 그 면에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으며 공격적으로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쿠팡은 다른 신선식품 경쟁업체가 3만~4만 원 이상을 주문해야 신선식품을 무료로 배송해주는 것과 달리 1만5천 원 이상만 되면 무료배송해주는 형태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신선식품분야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멤버십 가격 인상으로 확보하는 현금을 신선식품 장보기 금액기준 하향조정 등에 투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소비자 커뮤니티에 올라온 소비자 의견을 종합하면 쿠팡와우 가격 인상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한 소비자는 "쿠팡이 멤버십 가격을 인상하면서 쿠팡플레이에서 영화나 드라마를 무제한으로 시청한다면 비싼 금액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쿠팡플레이를 잘 안 보는 소비자로서는 가격 인상이 다소 당황스럽다"며 "다음 결제일이 오기 전에 꼭 사야하는 물품을 산 뒤 멤버십을 해지해야겠다"고 말했다.

다른 소비자는 "쿠팡와우 회원이지만 쿠팡플레이 서비스를 무료로 지원한다는 사실마저 오늘 알았다"며 "쿠팡플레이 서비스를 함께 이용하는 소비자들로서는 가격을 인상해도 이득일지 모르지만 쿠팡만 이용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단순한 가격 70% 인상으로밖에 비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쿠팡이 여전히 많은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만큼 멤버십 가격 인상이 문제될 것 없다는 의견도 다수 존재한다.

한 소비자는 "무료배송과 무료반품 등 쿠팡와우 회원으로 누릴 수 있는 것들만 모아봐도 월 5천 원의 가격으로 본전을 뽑고도 남는다"며 "2천 원 인상이 다소 기습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와 상관없이 계속 멤버십 가입을 유지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