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금융완화 조치의 정상화 과정에서 자영업자의 신용위험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금융권에 리스크 관리를 당부했다.
이 총재는 4일 배포한 2022년 범금융 신년인사회 인사말에서 “금융완화조치의 정상화 과정에서 과도한 레버리지와 업황 부진에 직면해 있는 일부 가계 및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신용위험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러한 내부 취약 요인은 금융시스템의 약한 고리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더욱 예의주시하면서 잠재적 위험에 대비해 나가야 하겠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올해 경제 전반의 위험요인이 상당하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코로나 변이의 확산은 경제회복의 가장 큰 위협요인이다”며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 증대와 이에 따른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그리고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가능성 등 대외 리스크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금융권의 역할이 한층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금융은 경제의 신성장 동력을 만들고 발전시키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며 “금융이 혁신의 촉매로서 포스트펜데믹 시대의 친환경·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을 이끌 첨단기술산업 분야의 투자 활력 제고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인이 새 시대를 향한 미지의 항해에 듬직한 길잡이가 되어주시기를 바란다”며 “한국은행도 안정적 거시경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2022년 범금융권 신년사 전문이다.
금융인 여러분,
코로나 팬데믹 속에 또 한 해가 저물고, 새해가 밝았습니다. 2022년에는 우리 모두 소중한 일상을 회복하고 소망하시는 모든 일들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는 한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돌이켜보면 지난해는 참으로 희망과 아쉬움이 공존했던 한 해였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백신접종이 시작되고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기대하였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이 반복되며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였습니다.
이처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우리 경제는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나타내었습니다만, 한편으로는 양극화·불평등 심화에 대한 우려도 한층 커졌습니다.
새해에는 우리 경제가 코로나의 위험에서 완연히 벗어나 더욱 진일보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그렇지만 안팎의 여건을 보면 헤쳐나가야 할 많은 도전과 위험요인들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먼저 코로나 변이의 확산은 경제회복의 가장 큰 위협요인입니다.
또한,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 증대와 이에 따른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그리고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가능성 등 대외 리스크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 부채누증, 자산 불평등과 같은 우리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이 한층 심화되었으며, 친환경·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은 그 방향과 속도를 가늠하기조차 힘든 상황입니다.
우리 경제가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 새롭게 전개되는 ‘넥스트 노멀(Next Normal)’로 가기 위해서는 금융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우선은 철저한 리스크 관리에 힘써야 할 것입니다.
경기회복세가 이어지면서 전반적인 차주의 채무상환능력은 개선되겠으나, 금융완화조치의 정상화 과정에서 과도한 레버리지와 업황 부진에 직면해 있는 일부 가계 및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신용위험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대외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이러한 내부 취약 요인은 금융시스템의 약한 고리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더욱 예의주시하면서 잠재적 위험에 대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금융은 또한 우리 경제의 신성장 동력을 만들고 발전시키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입니다.
조지프 슘페터는 자본주의의 역동성은 기업가의 기술혁신에서 나오지만 이의 실현을 위해서는 금융에 의한 적극적인 자본공급이 있어야만 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금융이 혁신의 촉매로서 포스트 팬데믹 시대의 친환경·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을 이끌 첨단기술산업 분야의 투자 활력 제고에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기술혁신의 빠른 진전과 함께 금융산업에서도 디지털기술과의 융합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금융부문의 디지털 경쟁력 확보는 미래금융의 필요조건인 동시에 안정적 금융시스템 구축과도 직결되는 중요한 과제라는 점을 유념해야 하겠습니다.
금융인 여러분!
코로나는 전후 시기를 ‘BC(Before Corona)’와 ‘AD(After Disease)’로 비유할 만큼 이로 인한 변화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며, 포스트 팬데믹 시대는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는 길이 될 것입니다.
그 여정에서 2022년은 중요한 이정표가 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부단히 금융혁신에 노력하는 가운데 위험요인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감으로써 우리 금융인이 새 시대를 향한 미지의 항해에 듬직한 길잡이가 되어주시기를 바랍니다.
한국은행도 여러분들의 헌신적 노력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안정적 거시경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2022년 우리 금융산업과 경제가 용맹한 호랑이의 기운을 받아 힘차게 포효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