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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근거에 기초를 둔 정책을 펴 달라.”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퇴장을 앞두고 최경환 신임 경제부총리 후보자에게 남긴 말이다. 최 후보자가 경제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리하게 정책을 펼 것을 경계한 대목으로 읽힌다.
현 부총리는 최 후보자 지명이 발표된 후인 1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 후보자는 관계, 언론계, 정치계 등 다양한 경험이 있어 식견이 풍부하고 대통령을 모시고 큰 그림을 그렸던 분”이라며 “여러 과제를 남기고 가지만 안심”이라고 덕담했다. 그는 “적임자가 와서 기재부에서도 환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 부총리는 최 후보자가 이끌 경제정책이 큰 틀에서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 부총리는 “현재 경기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며 “경제회복과 경제혁신계획을 추진해 나갈 것으로 큰 일관성에서는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 부총리는 최 후보자가 지나친 정책 드라이브로 무리수를 던질 가능성에 대해서 경계의 목소리를 남겼다.
현 부총리는 “에비던스(근거)를 찾는 것이 어렵겠지만 현장의 에비던스를 염두에 두고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 부총리는 “논쟁 전에 자기 주장을 먼저 한 뒤 데이터를 찾는 경향이 있다”며 “정책도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증거에 기초해 정책을 만들어야지 정책이 증거에 앞서면 안 된다는 것이다.
현 부총리는 “조언이 아니라 내가 그런 부분을 소홀히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지나친 확대해석을 막았다.
현 부총리는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사람으로서 경기회복세를 국민이 체감하지 못한 데 대해 아쉽고 미안하다”고 업무를 마무리하는 소회를 밝혔다. 현 부총리는 “경기회복세가 살아나고 있지만 서민경제 전반에 확산되지 않았다”며 “경제회복세가 정착되는 과정에서 세월호 참사가 터졌다”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현 부총리는 박근혜 정부 초대 경제수장으로서 경제정책을 이끌어 왔다. 현 부총리는 공공기관 합리화 방안, 가계부채 종합대책,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종합대책 등의 정책을 내놓았다. 지난 2월 박근혜 정부 경제정책 완결판이라고 할 수 있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현 부총리에 대한 평가는 좋지 않다. 장관 평가에서 늘 하위권에 머물렀고 기재부 직원 대상 조사에서 최악의 상사로 꼽히기도 했다.
취임1년 설문조사에서 국민 64.2%가 현 부총리에게 70점 미만의 점수를 매겼다. 오정근 고려대학교 교수는 “현 부총리가 한국경제의 문제점과 정책 방향은 올바르게 제시했으나 정책 추진력과 부처 업무 조정은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현 부총리가 각종 경제관련 사고에 대처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많았다. 특히 현 부총리는 올해 초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사태 때 원만하게 수습하지 못하고 책임을 전가하는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켰다.
현 부총리는 “금융소비자가 정보제공 단계에서 신중해야 한다”며 “우리가 다 정보제공에 동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 정보유출 책임을 고객에게 돌리는 것 아니냐는 비난과 함께 사퇴론이 빗발치게 나왔다. 박 대통령도 “공직자들의 부적절한 발언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현 부총리에게 경고를 보냈다.
현 부총리는 임기 내내 개각 1순위로 꼽히며 경질설에 시달려야 했다. 현오석 리더십은 흔들렸고 늘 도마에 올랐다. 리더십이 부족하고 정치권 눈치보기에 급급하다는 말도 나왔다.
오정근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노력은 많이 한 것 같지만 잘한 것은 없다”고 평가했다.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도 “현오석 경제팀은 높은 점수를 받기에 미흡하다”고 말했다. 결국 1년6개월 만에 현 부총리는 교체를 맞게 됐다.
그러나 경제지표를 살펴보면 현 부총리가 못한 것만은 아니다. 지난해 1분기 1.5%에 지나지 않던 경제성장률은 4분기 3.9%까지 올랐다. 올해 세월호 참사라는 악재가 터졌지만 참사 이전인 1분기 성장률 역시 3.9%였다.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는 사상최대인 798억8천만 달러였다. 취업자수도 100만 명이나 늘었다. 엔약세와 미국 양적완화 축소 등 외부효과에도 큰 부침없이 잘 대처했다. 겉으로 드러난 지표로 보면 분명 경기회복세를 이끌었다.
현 부총리가 박한 평가를 받은 것은 신중하고 과묵한 성향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현 부총리는 강한 카리스마를 가진 달변가는 아니다. 오히려 학자처럼 사안을 분석하고 연구해 실리를 추구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경제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지 못하고 경제부처 장악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 부총리 교체설이 돌때마다 강력한 리더십을 갖추고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치인 경제부총리론이 부각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