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의 방산사업 확대가 LIG넥스원 성장에 발목을 잡게 될까?
LIG넥스원은 글로벌 방산기업으로 도약을 노리고 있는데 최근 번번이 한화그룹에 성장발판을 빼앗기고 있다.
◆ LIG넥스원, 한화그룹에 번번이 가로막혀
22일 업계에 따르면 LIG넥스원이 한국형전투기(KF-X)에 탑재되는 다기능위상배열(AESA)레이더 개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실패한 것은 뜻밖의 일이라는 반응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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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효구 LIG넥스원 부회장. |
최근 방위사업청은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고 다기능위상배열레이더 시제품 제작 우선협상대상자에 한화탈레스를 선정했다.
LIG넥스원은 2006~2009년, 2010~2013년 위상배열레이더 핵심기술 확보를 위해 국방과학연구소가 주관하는 선행과제연구에 참여했다. 이 때문에 이번 위상배열레이더 시제품 제작 역시 LIG넥스원이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한화탈레스가 LIG넥스원을 밀어내고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차지했다. 한화탈레스가 유도무기 천궁의 다기능레이더를 개발했고 지금도 장거리지대공미사일 레이더 탐색 개발에 참여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뜻밖인 셈이다.
한국형전투기 사업은 창군이래 최대 규모의 무기개발사업이고 위상배열레이더는 체계개발에 필요한 핵심기술 중 하나로 꼽힌다. LIG넥스원은 매우 중요한 기술개발사업에 참여할 기회를 잃고 입맛만 다시게 됐다.
LIG넥스원은 얼마 전 방산기업 인수 기회를 잃기도 했다. LIG넥스원 대신 지주회사 LIG가 인수전에 참여하기는 했지만 두산DST 인수건에서도 공교롭게 한화테크윈에 밀렸다.
지난해 두산그룹이 두산DST를 시장에 내놓았을 때만 해도 LIG넥스원은 유일한 인수 후보로 꼽혔다. LIG넥스원이 유도무기 사업의 시너지를 낼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한화테크윈이 인수전에 뛰어들며 2파전 구도로 흘렀다. 재무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LIG넥스원 대신 참가한 LIG는 인수금융까지 미리 확보하며 의지를 나타냈으나 넉넉한 총알을 준비한 한화테크윈의 승리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LIG넥스원이 한화그룹 방산사업 확대의 최대 피해자라는 말이 나온다. 한화그룹은 한화테크윈·한화탈레스를 인수한 뒤 공격적으로 방산사업을 키우고 있다. 이 가운데 LIG넥스원이 성장동력을 한화그룹에 재차 뺏기고 있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LIG넥스원에 대한 이런 우려는 주가에도 반영되고 있다.
LIG넥스원 주가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LIG넥스원은 올해 2월 주가가 13만 원을 넘어서며 공모가의 2배 가까운 상승폭을 나타냈다. 하지만 두산DST 인수 실패와 위상배열레이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실패 등이 이어지며 주가가 9만 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LIG넥스원 경쟁력은 여전히 탄탄하다”
그러나 LIG넥스원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지훈 SK증권 연구원은 “LIG넥스원에 대한 우려가 지나치다”며 “2016년은 높아진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으로 글로벌 유도무기시장에서 선전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위상배열레이더 개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탈락은 방위산업이 경쟁체제로 전환되면서 언제 어떤 업체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핵심분야인 유도무기 분야는 LIG넥스원이 대부분을 양산했고 핵심 노하우를 확보하고 있어 단기간에 주도권을 뺏길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이 연구원은 LIG넥스원의 실적성장에 대한 우려도 기우라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유도무기에 대한 국방비 증가와 대규모 수주가 예정돼 있어 실적의 성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LIG넥스원의 위상배열레이더 개발 참여는 무산됐지만 LIG넥스원이 생산하는 대전차유도무기 현궁은 육군 전방부대와 해병대에 실전배치가 확정됐다. 현궁사업의 규모는 1조1천억 원에 이르며 앞으로 7년 동안 전력화가 예정돼있다.
이강록 교보증권 연구원도 “LIG넥스원은 현궁 양산이 추가로 투입되는 2017년에 20%대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LIG넥스원은 중남미와 중동 등에서 수출기회를 찾는데도 적극적이다. 정부의 방위산업 수출확대 의지에 따라 LIG넥스원의 해외사업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LIG넥스원의 수출비중은 2013년 3.5%에서 2014년 6.1%, 2015년 6.4%로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지훈 연구원은 “대전차무기를 비롯해 지대공·함대지미사일 추가 수출 가능성이 높아 LIG넥스원은 해외수출에 따른 성장성이 지속될 것”이라며 “수출물량이 본격 반영되는 2017년 외형 성장세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LIG넥스원은 2014년 매출 기준으로 글로벌 방산기업 59위에 올라있다. LIG넥스원은 지난해 상장 때 2020년까지 글로벌 방산 순위 30위권 진입을 목표로 제시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