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업황이 부진하지만 AP(모바일프로세서) 위탁생산과 이미지센서 등 시스템반도체시장은 성장하고 있다.
중국이 메모리반도체 육성에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며 공격적 진출을 계획하고 있어 메모리반도체에 실적을 의존하는 업체들은 전망이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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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사업부 사장은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을 확보하며 체질을 빠르게 바꿔낼 수 있을까?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2일 "세계 반도체시장의 규모가 감소하고 있지만 시스템반도체는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며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의 중장기 성장잠재력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반도체 매출규모는 3350억 달러로 2014년에 비해 2.3% 줄었다. PC와 스마트폰 등 반도체를 탑재하는 기기의 수요가 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바일기기용 AP는 연간 5.2%, 이미지센서는 8%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시스템반도체의 위탁생산규모 역시 2014년 16%데 이어 지난해 4.4% 성장했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는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하락하며 매출이 줄어드는 데 비해 시스템반도체는 적용처가 확대되며 안정적 성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유 연구원은 "카메라모듈을 탑재하는 IT기기와 자동차의 수요가 늘며 이미지센서시장이 가장 빠르게 커지고 있다"며 "자동차용 반도체시장도 자율주행기술의 대중화로 2019년까지 연평균 6%의 높은 성장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기남 사장은 메모리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는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의 체질을 시스템반도체 중심으로 바꾸고 있다.
D램과 낸드플래시의 경우 업체들이 점유율경쟁을 벌이며 생산량을 늘리는 '치킨게임'을 지속하고 있어 업황회복이 예상보다 늦어지는 데다 향후 중국의 공격적 시장진출도 예고돼 있다.
시장조사기관 넷트러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공장 투자금액은 75조 원에 이른다. 삼성전자의 최대 반도체단지인 평택공장의 투자금액보다 5배 정도 많다.
중국정부는 메모리반도체를 차세대 육성과제로 삼고 반도체기업들의 시설투자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중국정부는 대만기업들이 중국에 반도체공장을 설립하는 것도 지원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기술력에서 앞서 원가경쟁력과 고성능제품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중국업체들이 기술인력 확보와 생산시설 확대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만큼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사장은 중국의 반도체 공세에 대응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업체들이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을 빠르게 키워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그는 최근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정기총회에서 "한국의 세계 시스템반도체시장 점유율은 5%에 불과하지만 성장잠재력은 충분하다"며 "앞으로 시스템반도체에 가장 많은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AP 위탁생산에서 1위 업체인 대만 TSMC보다 점유율은 크게 뒤져있지만 애플 아이폰6S에 탑재되는 'A9'과 퀄컴의 '스냅드래곤820' 등 고성능 제품을 수주하며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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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의 이미지센서와 AP(모바일프로세서). |
삼성전자는 이미지센서에서 세계 2위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최근 공개한 초소형 이미지센서 등 신제품을 앞세워 세계 1위 업체인 일본 소니를 추격하고 있다.
김 사장은 자동차와 사물인터넷 분야에서도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의 탑재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자체개발 AP는 최근 중국업체의 가상현실기기에 탑재되는 등 적용처가 늘어나고 있다.
KTB투자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반도체 매출에서 시스템반도체의 비중이 35% 정도로 지난해 1분기보다 1%포인트 정도 소폭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메모리반도체 의존도는 아직 높지만 점차 위탁생산과 시스템반도체의 중요도가 높아질 것"이라며 "앞선 기술경쟁력을 확보한 만큼 중장기적 성장에 대한 기대가 높다"고 평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