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줏대 없는 행정으로 빈축을 샀다.
정부는 야구장의 이동식 맥주판매를 금지했다가 여론이 악화하자 10일 만에 전면 허용으로 방침을 뒤집는 촌극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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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1일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개막전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3회말 LG 팬들이 응원을 하고 있다. <뉴시스> |
국세청은 야구장 ‘맥주보이’의 맥주판매를 허용하기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국세청은 11일에 맥주보이에 식품위생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판단하고 야구장에서 맥주의 이동식 판매를 규제할 방침이라고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전달했다.
하지만 정부는 10일 만에 방침을 바꿨다. 여론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국민 생활에 불편을 가중시키는 ‘탁상행정’의 산물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야구계에서도 미국과 일본 등 한국보다 프로야구 문화가 먼저 자리잡은 나라에서 이동식 맥주판매가 허용되고 있다며 지나친 규제라고 지적했다.
식약처는 당초 “식품위생법상 명문규정은 없지만 식품안전 관리를 위해서는 불특정 장소에서 음식을 조리·판매하는 행위를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으나 여론이 악화하자 태도를 바꿨다.
식약처는 맥주보이 허용방침으로 입장을 바꾸면서 “일반음식점 영업신고를 한 이가 제한된 야구장 내에서 입장객을 상대로 고객 편의를 위해 음식의 현장판매가 이뤄지므로 식품위생법상 허용 가능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도 식약처와 장단을 맞췄다. 식약청의 의견을 수렴해 맥주보이를 금지했다가 수정된 의견을 받아들여 방침을 바꿨다.
업계 관계자는 “식약처와 국세청이 국정감사에서 지적이 나오니 맥주보이 허용 여부를 두고 오락가락 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정부가 다시 맥주보이의 맥주판매를 허용하기로 한 것은 다행이지만 줏대 없는 행정은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식약처에서 식품위생법 상으로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보내와서 협의해 방침을 정한 것이며 나중에 식약처가 문제가 없다고 해서 방침을 수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야구장 맥주판매관련 문제가 제기된 이상 국민 건강 등을 고려해 관련부처에서 규제를 검토했던 것"이라며 "짧은 기간에 판매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에 허용으로 방향을 틀면서 국민들에게 혼란을 초래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국세청은 21일 백화점 와인숍이나 주류 소매점의 택배 서비스도 제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소비자가 직접 매장을 찾아 구매한 주류에 한해서만 택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또 전통주업계 보호가 필요하다는 농림축산식품부 등의 의견을 고려해 전통주에 한해 통신판매(인터넷, 전화 주문 등)가 계속 허용된다.
현행법상 주류는 ‘대면거래’만 할 수 있다. 술을 살 때는 소비자가 매장을 찾아 결제하고 물건을 직접 들고가는 것이 원칙이다.
국세청은 ‘치맥(치킨과 맥주) 배달’의 경우 탈세나 주류 유통질서를 어지럽힐 우려가 크지 않은 만큼 국민 편의 차원에서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치맥배달 허용에 앞서 청소년 구매확인 등 보완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며 “위생이나 국민·청소년 건강 문제에 대해 보건복지부 등 관련부처간 협의가 필요하고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