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형균 대한전선 대표이사 사장이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할 자금으로 신사업인 해저케이블 생산시설 확대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해저케이블 대규모 생산시설 구축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조만간 부지를 선정해 공사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전선은 22일 이사회에서 5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의결했다.
대한전선은 이 가운데 2천억 원을 시설투자에 사용하기로 했는데 특히 해저케이블 생산시설 확보에 많은 금액을 쓴다는 방침을 세웠다.
세계적으로 해상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대한전선은 해상풍력을 통해 생산한 전기를 내륙으로 운송하는 데 활용되는 해저케이블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대한전선은 현재 충남 당진 공장에서 해저케이블을 소량 생산하고 있는데 해저케이블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별도 해안부지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나 사장이 2월 해저케이블사업 확대의지를 밝히면서 연내 착공을 계획했음에도 아직 부지를 선정하지 못했지만 이번에 자금을 확보한 만큼 부지를 서둘러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환경, 입지조건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해 부지 선정이 늦어졌다”며 “현재 해저케이블 생산공장 부지를 고르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에 착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한전선은 2017~2018년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사업의 연구개발과 실증사업에 참여해 해저케이블을 공급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 만큼 생산시설을 확충하면 국내외에서 해저케이블 공급계약을 빠르게 수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대한전선이 최근 신사업으로 점찍은 광케이블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데에도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전선은 현재 충남 당진공장과 쿠웨이트공장에 광케이블 생산설비를 구축하고 있는데 내년 상반기부터 광케이블 생산을 시작해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광케이블은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대면시대 가속화,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에 바탕한 4차산업혁명, 5G통신인프라 투자 확대 등에 힘입어 수요가 늘고 있다.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은 대한전선의 기존 주력사업인 전력케이블 생산시설 확대에도 활용된다.
대한전선은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전력케이블 생산공장을 두고 있는데 미국이나 중동에도 추가로 생산공장을 설립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전선의 수주잔고는 3분기 말 기준 1조980억 원 수준으로 2020년 말(9455억 원)보다 1천억 원 이상 늘어난 데다가 미국내 전력케이블 공급도 늘고 있어 생산시설을 늘릴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대한전선이 미국에서 체결한 전력케이블 공급계약 규모는 2600억 원에 이른다.
대한전선의 미국법인 매출 규모는 2018년 770억 원에서 2019년 1380억 원, 2020년 2070억 원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해외 현지에서 전력케이블을 생산한 뒤 주변지역에 납품하면 사업경쟁력이 높아진다"며 "해외 생산기지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 사장은 최근 사내 행사에서 “대한전선의 연구개발(R&D)과 설비투자 확대 및 생산 현지화를 통해 케이블사업에서 발전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