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가 부실채권 시장에 진출해 리스크 관리와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최동수 우리금융지주 부사장이 신생 부실채권 투자사를 이끌어 부실채권 시장 1위를 차지했던 옛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일 우리금융지주에 따르면 부실채권 투자사인 '우리금융F&I'를 내년 1월 설립하기로 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가 부실채권 투자사를 자회사로 보유하게 되는 것은 8년 만이다.
우리금융지주는 부실채권관리를 목적으로 2001년 11월 우리F&I를 설립했지만 2014년 대신증권에 지분 100%를 매각했다. 우리F&I는 이후 대신F&I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는 우리금융지주가 2014년 11월 민영화로 해체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우리금융지주는 2019년 1월 재출범하며 그룹 체제를 갖추기 위해 비은행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번 부실채권 투자사 설립은 지난해 12월 우리금융캐피탈 인수 이후 1년 만에 나온 비은행 강화 전략이다.
당초 예상됐던 증권사나 보험사 등 영업규모가 큰 비은행 계열사가 아닌 부실채권 투자사를 설립한 것으로 놓고 리스크 관리에 힘을 실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현재 우리금융그룹뿐 아니라 대부분 여신금융권의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은 양호한 편이기 때문에 당장 부실채권 시장 진출의 매력도가 높아 보이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신용평가업계는 2022년에도 부실채권 매각 규모가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정부의 코로나19 금융지원 정책의 효과가 없어지면 부실채권 늘어날 수 있다는 시선도 많다.
정부는 코로나19 발생에 따른 경제위기에 대응해 대출 만기연장, 상환유예 등 금융지원 정책을 실시해왔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금융위원회에서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4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시상환 만기연장된 여신 계약은 95만5천 건에 이른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247조4천억 원 수준이다.
원금상환 유예와 이자상환 유예도 각각 8만6천 건(13조6천억 원), 1만7천 건(2300억 원)으로 나타났다.
2022년에도 기준 금리가 오를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지원 정책 지원이 사라지면 부실채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우리금융지주는 우리카드, 우리금융캐피탈, 우리금융저축은행 등 여신업권 자회사를 두고 있는 만큼 이번 부실채권 투자사 설립으로 미래 불확실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지주는 우리금융F&I를 통해 리스크 관리 외에 수익성 제고도 기대하고 있다.
우리금융F&I의 전신인 우리F&I는 2014년 대신증권에 매각되기 전까지 부실채권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우리금융F&I가 옛 영광을 재현한다면 우리금융지주 비은행 수익 다각화에도 큰 기여를 하게 된다.
우리금융지주는 순이익의 80% 이상을 우리은행에 기대고 있어 비은행 수익 다각화의 필요성이 크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우리금융지주의 비은행 계열사 순이익을 보면 우리카드 1746억 원, 우리금융캐피탈 1287억 원, 우리종합금융 665억 원, 우리자산신탁 327억 원, 우리금융저축은행 138억 원 등 순이다.
우리F&I는 2011~2013년까지 매해 400억 원 이상을 순이익으로 거뒀다.
우리금융지주는 이번 우리금융F&I에 기대하는 부분이 많은 만큼 지주 핵심 인사로 꼽히는 최동수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최 부사장은 2017년 미래전략단에 합류해 우리금융지주 설립 과정을 이끈 우리금융지주 핵심 인사다. 지주사 설립 이후 경영지원본부를 맡아 우리금융지주 안살림을 맡아왔지만 경력을 보면 기업금융 전문가로 평가된다.
부실채권 분야는 리테일, 기업,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스 등 대상이 다양하지만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 기업금융 능력이 중요하다.
최 부사장은 2007년 우리은행 프로젝트금융부를 시작으로 2010년 강남기업영업지점장을 지냈다. 2011년 프로젝트금융부장과 2014년 투자금융부장, 2015년 중앙기업영업본부장을 역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