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교통을 통한 통근시대에 살았지만 앞으로는 통신을 통한 통근시대에 살게 될 것이다.”
안성우 직방 대표이사가 6개월 전 자체개발한 메타버스(3차원 가상공간) 사옥 ‘메타폴리스’를 공개하며 한 말이다.
안 대표가 메타폴리스 플랫폼을 앞세워 디지털공간사업으로 영역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16일 프롭테크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상황이 사회생활모습을 완전히 변화시키면서 기업 운영과 업무방식 등에도 비대면, 디지털전환이 필수적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재택근무체제를 도입하는 것을 넘어 아예 디지털공간에 사옥을 비롯한 업무, 영업공간을 구축하는 기업들도 늘어나면서 메타버스 오피스 시장도 개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직방은 메타버스 오피스 사업과 관련해 거론되는 대표적 기업 가운데 하나다.
직방은 현재 메타폴리스에 구축한 가상 사무실 공간들을 외부 기업에 분양하는 사업모델을 구체화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직방은 이미 내부에서 모든 직원이 기존 서초구 오프라인 사옥을 그대로 본 따 만든 가상의 사무실인 메타폴리스로 출근하고 가상의 공간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100% 재택근무체제를 도입해 운영하면서 서비스를 테스트하고 있다.
안 대표가 최근 삼성SDS의 홈사물인터넷사업 인수에 나서면서 해외시장 진출도 넘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메타버스 오피스 사업화에도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는 직방의 현재 주력 수익모델인 부동산중개부분 서비스를 해외시장에 바로 적용하기에 어려운 부분이 많이 있다.
각 국가마다 부동산거래 관련 법률과 관습, 부동산시장 상황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메타버스 오피스는 이런 장벽을 넘을 수 있는 새로운 사업모델이 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근무 관련 솔루션과 플랫폼의 수요가 크게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망도 밝다.
메타버스 플랫폼에 디지털본사를 구축하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 롯데건설이 직방 메타폴리스 플랫폼에 구축한 롯데건물 본사 모습. <롯데건설> |
직방이 개발해 선보인 메타폴리스는 하나의 가상 사무실 공간이 아니라 길거리와 빌딩들을 그대로 구현한 디지털도시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직방은 30층 높이의 빌딩을 사옥으로 구축해 4층과 5층 공간을 사무실로 쓰고 있다. 직방 메타폴리스에서는 아바타를 생성해 빌딩 입구에 들어서면 오프라인 건물처럼 1층에 로비가 있고 엘리베이터도 있다.
직방은 이미 롯데건설과 업무협약을 통해 메타폴리스에 롯데건설 사옥을 구축하는 등 메타폴리스 생태계를 넓혀가고 있다.
미국 스타트업 '게더'가 만든 뒤 세계적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을 현대엔지니어링 등 다양한 한국 기업들이 디지털본사 구축에 활용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반대로 직방도 해외 메타버스 오피스 시장의 문을 두드릴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안 대표는 메타폴리스를 처음 공개할 때부터 디지털공간의 잠재력에 관한 확신을 내비쳤다.
메타폴리스가 우선은 메타버스 업무공간을 중심으로 활용되지만 궁극적으로는 디지털도시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안 대표는 이에 따라 처음부터 메타폴리스를 다국어 버전으로 개발해 글로벌시장에 출시하겠다는 청사진을 세워뒀다.
안 대표는 실제와 가상세계를 잇는 디지털트윈, 메타버스 등 첨단 IT기술을 부동산에 접목한 사업모델에 꾸준한 관심을 보여왔다.
직방은 2017년 업계 최초로 가상현실 홈투어 서비스를 시작했고 2019년에는 모바일 모델하우스 서비스를 내놓았다.
올해는 3차원 아파트단지 투어 서비스도 선보였다.
직방은 국내 프롭테크 대표주자이지만 아직 부동산중개수수료 외 뚜렷한 수익모델이 없다. 최근 3년 동안 매출도 400억 원대에서 정체돼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건설업에서도 메타버스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되고 있다”며 “직방같은 프롭테크기업들은 메타버스를 통해 빌딩을 짓고 분양하는 등 건설의 전통적 영역으로 여겨졌던 분야까지 진출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