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연수 GS리테일 대표이사 부회장은 언제까지 ‘유통 공룡’이 되기 위한 투자를 계속할까?
허 부회장은 올해 본격적으로 인수합병에 몸을 풀고 있는데 앞으로도 당분간 공격적 투자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14일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GS리테일은 올해 들어 4번째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GS리테일이 푸드 스타트업 쿠캣의 최대주주이자 최고경영자인 이문주 대표와 인수·합병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벤처캐피털 등 기존 주주와도 지분 매각을 협상하고 있다.
허 부회장이 올해 들어 인수합병과 지분투자를 활발히 하는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매물을 꾸준히 찾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GS리테일이 올해 들어 합병과 지분투자에 쓴 금액은 9월 전까지 이미 5천억 원 수준이다.
하지만 재무적 여력은 아직 남아 있다.
2021년 9월 말 기준 GS리테일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938억 원, 미수금이나 대여금을 포함한 기타 유동자산이 2535억 원이다. 모두 3473억 원 규모다.
GS리테일이 올해 9월 이후에 투자한 금액 1260억 원을 제하면 2213억 원이 남는다.
이에 허 부회장은 앞서 1조 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만큼 앞으로도 인수합병 매물을 꾸준히 찾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허 부회장은 GS리테일을 통해 인수합병과 지분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유독 바쁜 모습을 보였다.
GS리테일이 홈쇼핑과 합쳐지며 교통정리가 끝나자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간 모습이다.
허 부회장은 올해 8월 주목받는 인수합병 계약 가운데 하나인 ‘요기요’를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GS리테일은 글로벌 사모펀드 2곳과 컨소시엄을 꾸리고 SPC(특수목적회사)를 설립해 위대한상상(옛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을 인수했다. GS리테일이 지분 30%를 보유하고 두 사모펀드는 남은 지분 70%를 35%씩 나눠 갖고 있다.
이전까지 GS그룹 인사들은 인수합병에 소극적인 편이었다. 사실 허 부회장이 인수에 성공한 ‘요기요’도 재무적 투자자와 손을 잡고 지분의 일부만 투자하는 방식으로 인수합병을 진행했다.
다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목을 끌 만한 인수전에 참여한 경험이 적었던 GS리테일로서 주목할 만한 행보로 여겨진다.
허 부회장은 요기요 인수에 나서기 전 7월에는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와 반려동물 전문 쇼핑몰 펫프렌즈를 공동인수하기도 했다. GS홈쇼핑이 이미 50억 원을 투자했던 기업으로 325억 원을 더해 지분 30%를 확보했다.
쿠캣 인수설이 알려지기 전에는 GS리테일이 자회사인 어바웃펫을 통해 펫구독 스타트업 '더식스데이' 인수합병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더식스데이의 인수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허 부회장이 인수·합병에 준하는 관심을 보이는 기업은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들어 인수한 기업을 제외하고 지분 투자를 통해 점찍어 놓은 기업이 최소 5곳에 이른다.
특히 12월 들어서는 카카오모빌리티와 로봇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인 씨메스에 이미 투자를 진행했다.
GS리테일은 앞서 4월 배달업체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 지분 19.5%(580억 원)를 확보하는 투자를 단행했다. 이어 지역 기반 커뮤니티 플랫폼 당근마켓에 200억 원의 지분투자, 신선식품 물류업체인 팀프레시에도 20억 원의 지분투자를 이어갔다.
지금까지 투자한 곳을 살펴보면 허 부회장은 라스트마일(상품이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의 전 과정)의 효율성과 신속성을 높이고 스마트물류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기업을 선택했다.
앞서 허 부회장은 자회사 GS홈쇼핑을 흡수합병하고 GS리테일의 오프라인 유통 강점과 GS홈쇼핑의 모바일 커머스 능력을 합치는 청사진을 그렸다.
두 회사의 매출과 거래금액을 단순 합산하면 연간 매출은 10조 원, 거래금액은 15조 원 이상이 되는데 허 부회장은 2025년까지 거래금액을 25조 원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네이버와 쿠팡의 거래금액이 약 17~20조 원 수준인 만큼 이들을 넘볼 수 있도록 GS리테일의 덩치를 키우겠다는 허 부회장의 포부로 읽힌다. [비즈니스포스트 정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