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현대상선을 가장 걱정되는 회사로 지목하면서 용선료 인하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대상선 주가는 18일 52주 신저가 기록을 다시 쓰며 1895원에 장을 마쳤다. 현대상선 주가는 유일호 부총리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그 영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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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유 부총리는 15일 기자간담회에서 “해운사의 구조조정이 예정대로 되지 않으면 정부가 행동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제일 걱정되는 회사가 현대상선”이라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이어 “용선료 협상 결과가 중요한데 잘될지 자신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유 부총리의 발언은 현대상선의 구조조정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직접 구조조정을 챙긴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나아가 용선료 협상이 불발에 그치는 등 최악의 경우에 현대상선이 법정관리 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근 현대증권 매각에 성공하면서 막판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던 현대상선에 유 부총리의 발언이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그동안 업계에서 현대상선의 구조조정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왔다.
현대상선은 4월 말까지 용선료 협상을 마치기로 했다. 그 뒤 6월 사채권자 집회를 통해 채무를 조정하고 7월부터 경영정상화에 나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그러나 유 부총리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용선료 협상이 현대상선의 뜻대로 진행되지 않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대상선 채권단은 선주와 사채권자의 동참을 자율협약의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 가운데 하나라도 무산되면 자율협약은 종료된다.
현대상선은 현재 해외 22개 선주와 용선료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현대상선 관계자는 "용선료 협상이 원래 계획한 대로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며 "4월 말 이후에 협상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용선료 협상이 계획대로 이뤄지더라도 현대상선이 정상화하기까지 갈 길이 멀다는 의견도 많다. 현대상선을 둘러싼 외부여건이 여전히 좋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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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백훈 현대상선 사장. |
벌크선 운임은 반등하고 있지만 컨테이너선 운임은 여전히 바닥에 머물고 있다. 현대상선의 경우 컨테이너부문에서 나오는 매출이 전체 매출의 80%가량을 차지한다.
컨테이너선 운임이 현재 수준에 머무르거나 더 떨어지면 용선료가 인하된다 하더라도 현대상선이 영업적자를 이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대상선은 유 부총리의 발언을 두고 긴장하는 분위기다. 특히 총선이 끝난 상황에서 정부 주도의 강력한 구조조정이 시작될 경우 대규모 인력감축이 시작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유 부총리의 발언이 단순 압박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정부가 나설 수 있다는 발언을 통해 현대상선의 용선료 인하협상과 사채권자 채무재조정을 성사시키기 위해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