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16일 세월호는 진도 해상에서 침몰해 탑승인원 476명 가운데 295명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9명의 주검은 실종된 채 여전히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304명의 희생자를 낸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지 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기억은 서서히 잊혀지고 진실과 책임 규명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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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빈 감독. |
세월호 참사 2주기를 사흘 앞두고 치러진 4.13 총선에서 안산 단원구는 갑을 선거구 모두 새누리당 후보가 압승을 거뒀다.
세월호 사고로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왔던 곳이었던 만큼 선거 결과를 놓고 분분한 해석이 이어졌다.
온 나라를 슬픔과 분노로 몰아넣었던 세월호 민심이 달라지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세월호 참사가 우리사회에 던진 화두는 여전히 무겁다. 한국영화계가 세월호를 잊지 않고 소환해내는 이유다.
세월호 사고를 다룬 영화 ‘업사이드 다운’이 14일 개봉해 관객과 만나고 있다.
2014년 ‘다이빙 벨’과 2015년 ‘나쁜 나라’에 이어 세월호를 소재로 한 세 번째 영화다. 제작비 3천만 원에 불과한 저예산 다큐멘터리 영화로 상영관도 전국 24개관에 불과하지만 세월호를 추모하는 관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영화 다이빙 벨은 사고 당시 수중에 다이빙벨 투입을 놓고 둘러싼 논란을 통해 정부와 해경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담아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을 놓고 영화계와 부산시 사이에서 갈등이 일었고 그 여파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나쁜 나라는 유가족들이 진상 규명을 위해 투쟁한 1년 동안의 기록을 바탕으로 한 영화다. 이를 통해 정부와 정치인의 무능함과 권위의식을 비판한다.
앞서 나온 두 편에 비해 이번에 개봉한 업사이드 다운은 유가족의 아픔을 함께 하면서도 차분하고 절제된 어조로 세월호 사건을 통해 드러난 우리사회의 병폐와 구조적 모순을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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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사이드 다운' 포스터. |
영화는 세월호 사고로 자식을 잃은 4명의 아버지 이야기로 시작된다.
아버지의 나레이션을 통해 이제는 과거가 되어버린 아이들의 평범한 일상이 비쳐진다. 또 후반부에서 심리학자, 언론인, 교수 등 16인의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세월호 사고가 우리사회에 던진 문제점과 의미를 되짚는다.
영화를 만든 김동빈 감독은 재미교포 2세다.
2011년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에 입문해 2013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사한 미군 7명에 대한 다큐멘터리 ‘버몬트 폴른(Vermont Fallen)’의 선임제작자로 참여했다. 그는 이 영화로 북미전문저널리즘학회로부터 심층취재 부문에서 수상을 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미국에서 세월호 사고를 처음 접했다. 상식이 무너진 한국사회 시스템에 대해 문제제기를 담고 싶다는 열망으로 다큐멘터리 제작을 결심한 뒤 카메라 하나만 짊어진 채 한국 땅을 찾았다.
김 감독은 "이제 눈물보다는 성찰이 필요한 때"라는 생각에 앞서 나온 두 편의 영화보다 좀더 차분하고 담담하게, 객관적으로 사건을 전달하려고 했다.
하지만 시사회 이후 나온 관객들의 반응을 보면 그 울림은 큰 것으로 보인다. 누군가는 치유되지 않고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으며 세월호 참사를 통해 드러난 이슈들 역시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