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정기 임원인사 뒤 조직개편안을 발표하며 외부 투자 전담조직을 신설하거나 인수합병을 추진할 신사업 분야에 관련된 사업조직을 강화하는 등 변화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부터 주주들에게 대규모 인수합병을 추진하겠다는 약속을 내놓았던 만큼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미국 출장에서 인수합병 관련한 성과를 마련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삼성전자 연말인사로 인수합병 구체화하나, 이재용 미국출장 성과 주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2일 증권사 분석을 종합하면 삼성전자에서 이른 시일에 인수합병 논의와 관련한 진행 상황을 어느 정도 공유하고 실제 행동으로 옮길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주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초 콘퍼런스콜에서 3년 안에 의미 있는 인수합병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내놓았고 이재용 부회장도 하반기부터 경영전면에 등장해 활발히 활동했기 때문이다.

남대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인수합병을 통해 비메모리분야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거나 신성장사업 진출기회를 얻는다면 긍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현재 삼성전자 주가에 인수합병 관련해 이른 시일에 뚜렷한 성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100조 원에 이르는 현금재원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를 대규모 인수합병 등에 들이지 않는다면 배당 확대에 활용해야 한다는 주주들의 목소리도 높아질 수 있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올해 조직개편에는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투자 전담조직을 신설하거나 앞으로 인수합병을 추진할 사업분야에 관련된 조직을 재편하는 등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SK그룹과 LG그룹 등은 지주사 역할을 하는 계열사가 인수합병 관련된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데 삼성전자는 지주사체제가 아니기 때문에 투자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조직이 필요하다.

삼성전자가 인수합병 관련된 계획을 구체화해 내놓는 것은 이 부회장이 올해 가석방으로 풀려난 뒤 경영전면에 활발하게 등장한 데 따른 성과를 보여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삼성전자 전문경영인들이 그동안 총수 부재로 인수합병에 어려움이 크다고 하소연한 만큼 이 부회장이 경영전면에 나선 긍정적 측면을 뚜렷하게 보여줘야 할 필요성이 있다.

최근 이 부회장의 미국 출장일정이 극히 일부분만 알려지고 대부분 비공개로 진행된 점도 인수합병 관련한 논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이 부회장은 2016년 삼성전자의 전장부품업체 하만 인수 당시에도 직접 미국 하만 본사를 방문해 경영진과 논의를 진행한 뒤 인수합병을 확정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도 최근 “이 부회장의 미국 출장은 삼성전자 주주들에게 인수합병과 관련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부회장이 이번 출장을 계기로 인수합병과 관련한 성과를 보여준다면 삼성 경영에 사실상 완전한 복귀를 알리며 총수로서 리더십을 강조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삼성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이번 출장을 통해 경영전면에 활발하게 나서겠다는 확실한 신호를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인수합병을 추진할 만한 대상으로 자동차용 반도체 전문기업인 NXP나 르네사스,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등 대형 반도체기업이 주로 꼽혀왔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반도체 패권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세계 최대 반도체기업인 삼성전자가 다른 반도체기업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각국 정부의 독점금지 규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미국 퀄컴도 과거 NXP 인수를 추진했으나 결국 중국 등에서 승인을 받지 못해 무산된 사례가 있고 최근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사업 인수도 중국 당국의 승인이 늦춰지고 있다.

결국 퀄컴이 최근 반도체 설계기술을 보유한 신생기업 누비아를 약 1조6천억 원에 인수한 사례와 같이 삼성전자도 시스템반도체 연구개발 전문기업을 대상으로 투자를 추진할 가능성이 나온다.

반도체사업을 본격적으로 벌이는 기업이 아닌 기술 전문기업에 투자한다면 독점금지규제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우면서도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등의 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증강현실 관련된 기술을 보유한 미국 디지렌즈에 지분을 투자한 것처럼 메타버스나 소프트웨어 플랫폼 등 완전히 새로운 분야에 인수합병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영위하지 않았던 유망 산업분야에서 대규모 인수합병을 통해 진출에 속도를 낸다면 강력한 시장 선점효과를 통해 미래 새 먹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이 부회장이 5년 전 주도했던 9조 원 규모의 하만 인수합병 성과가 아직도 삼성전자 신사업과 실적에 뚜렷하게 반영되지 않은 만큼 더 신중한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시선도 만만치 않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삼성전자가 각국 정부의 독점방지 규제와 과거의 투자 실패사례 등을 고려해 대규모 인수합병 추진을 망설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