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가 현대증권 인수에 1조2500억 원을 베팅한 것으로 확인됐다.
KB금융은 고가인수 논란에 대해 합병 시너지와 현대증권 지분의 추가 취득 등을 고려해 적정 수준으로 판단했다고 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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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 |
KB금융은 12일 이사회를 열어 현대증권 지분 22.56%를 1조2500억906만 원에 취득하기로 결정했다. 시장 추정치였던 1조 원대 안팎보다 약 2천억 원 많은 금액을 제시한 것이다.
현대증권 지분 22.56%의 가치는 12일 종가 기준으로 약 3600억 원 수준이다. 장부가격으로 따져도 지난해 기준 7450억 원 규모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 KB금융이 현대증권을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인수했다는 말이 나왔다.
KB금융 관계자는 “이번에 제시한 인수가격은 은행과 증권의 결합을 통한 서비스 창출과 시너지 효과까지 고려한 것”이라며 “KB금융의 미래를 위해 투자했다는 점에서 적정한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KB금융이 향후 현대증권의 자사주를 사들이고 KB투자증권과 합병하는 것까지 감안해 인수가격을 1조2500억 원으로 책정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KB금융은 현대증권 자사주를 시가 기준으로 취득해 평균 매입단가를 인하할 것”이라며 “KB금융이 합병 증권사와 주식을 교환하면 이론적으로 자기자본 3조2천억 원 규모의 현대증권을 약 2조 원에 100% 자회사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KB금융은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상장회사를 자회사로 두려면 1년 안에 현대증권의 지분을 30% 이상 취득해야 한다. KB금융은 올해 현대증권의 자사주 7.06%를 포함한 추가 지분을 사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KB금융은 현대증권 영업점 95곳을 기반으로 은행과 증권의 복합점포를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KB금융은 현재 은행-증권 복합점포 16곳을 운영하고 있다.
KB금융은 특히 주요 산업단지에 기업투자금융(CIB) 전문 복합점포를 개설하기로 했다. 이곳을 통해 KB금융의 중소기업 고객에게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 등 자문서비스를 제공한다.
KB금융 관계자는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은 투자금융(IB)에서 서로 다른 분야에 강점을 보유하고 있어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다”며 “향후 합병을 통해 기업투자금융 분야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은 앞으로 실사를 거쳐 거래종결일인 5월31일에 최종 인수가격을 확정하기로 했다. 가격 조정범위는 제시된 인수가격의 3%일 것으로 추정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