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반도체기업인 인텔이 기존의 PC 중심전략에서 선회해 모바일과 사물인터넷 등 반도체 신사업분야에 집중하며 강력한 조직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사업부 사장은 시스템반도체에서 후발주자로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데 인텔과 사업분야가 상당 부분 겹쳐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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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CEO. |
블룸버그가 12일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CEO가 모바일과 사물인터넷 등 신사업에서 성장을 추진하며 인텔의 역사를 고쳐쓰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텔은 지난해 말 모바일반도체 분야의 최고 강자인 퀄컴에서 공동대표를 맡던 머시 렌두친탈라를 2500만 달러의 계약금에 영입했다. 그는 인텔에서 소비자부문과 사물인터넷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렌두친탈라를 영입한 뒤 인텔의 경영진에는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기존에 PC와 모바일사업을 총괄하며 차기 CEO로 거명되던 커크 스커겐과 사물인터넷 분야의 핵심인물 더그 데이비스 등이 모두 올해를 마지막으로 인텔에서 사임한다.
블룸버그는 "주요 임원들의 잇따른 사퇴는 인텔이 그동안 사내 인물을 핵심경영진에 발탁하던 역사를 뒤집은 데 대한 반발로 보인다"며 "하지만 공격적인 체질개선 작업은 불가피했던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주요 경영진들이 사퇴를 발표한 이후 인텔 주가는 오히려 소폭 상승했다. 그만큼 시장에서도 인텔 경영진의 체질변화에 대한 요구가 높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인텔은 PC용 반도체에서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지만 최근 이어진 모바일 중심의 시장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PC 수요의 둔화에 직격타를 맞으며 실적부진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인텔은 기존에 퀄컴이 공급하던 애플 아이폰의 통신칩 물량을 확보하고 향후 AP(모바일프로세서)시장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모바일분야의 시스템반도체 역량을 빠르게 키워내고 있다.
블룸버그는 "모바일 통신칩의 시장규모는 PC용 CPU의 시장규모와 맞먹을 정도로 성장했다"며 "크르자니크 CEO가 퀄컴에 직접적인 도전장을 내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텔은 올해 삼성전자와 동일한 14나노 공정으로 생산된 AP 양산을 끝내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공급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인텔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꼽은 사물인터넷 반도체분야에서도 빠른 성장을 추진하고 있다. 인텔의 사물인터넷 부문 매출은 연간 223억 달러로 아직 전체의 1%의 비중에도 미치지 못한다.
인텔은 신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기존 주력상품이던 PC용 반도체의 개발속도를 늦춰 신제품 출시 주기를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할 계획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크르자니크 CEO는 인텔의 미래에 대한 '도박'을 걸고 있다"며 "공격적인 체질개선이 신사업을 성공으로 이끌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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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 사업부 사장. |
인텔이 이처럼 시스템반도체분야에서 확대를 추진하면서 퀄컴뿐 아니라 삼성전자에도 강력한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기남 사장은 최근 메모리반도체의 업황 악화로 삼성전자의 반도체부문의 실적이 부진하자 시스템반도체의 비중을 늘려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체개발한 AP '엑시노스' 시리즈의 공급처와 적용분야를 중국과 가상현실기기 등으로 확대하고 있고 최근 들어 자체적인 통신칩 개발도 끝내 새 스마트폰 '갤럭시S7' 시리즈에 탑재했다.
김 사장은 사물인터넷분야에서 사용되는 전용 통합반도체모듈 '아틱'의 판매를 시작하며 올해부터 본격적인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최대 반도체기업인 인텔이 체질개선으로 기존 사업에서 위험성을 감수하면서 삼성전자가 주력하는 사업분야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어 향후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