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가 유진프라이빗에쿼티(PE)와 두나무를 새 주주로 맞이하게 됐다.
우리금융지주는 기존 과점주주체제를 유지하며 주주 구성이 당초 예상보다 소폭으로 변하는 데 그쳤지만 유진PE가 영향력을 대폭 키우게 됐고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위상 변화도 주목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과점주주 중심의 지배구조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점주주체제는 경영권을 독점적으로 쥔 주주가 없으며 지분율 기준으로 상위 3대 주주의 주식을 모두 합쳤을 때 10%를 넘어서는 지배구조를 뜻한다. 우리금융지주는 2016년 말부터 과점주주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앞서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우리금융지주 지분매입 본입찰에 참여하며 과점주주체제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자회사 한국투자증권을 통해 이미 사외이사 추천권 한자리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우리금융지주 지분매각 낙찰자를 보면 사외이사 추천권 한 자리만 늘어나는 등 과점주주 중심의 지배구조가 유지된 셈이다.
금융위원회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이날 유진프라이빗에쿼티와 KTB자산운용, 얼라인파트너 컨소시엄, 두나무, 우리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 등을 우리금융지주 지분매각 낙찰자로 선정했다.
우리금융지주 이사회 구성도 인원 수 자체에는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지주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5명, 비상임이사 1명 등 8명으로 구성돼있다. 이번 매각으로 유진프라이빗에쿼티가 추천한 사외이사 1명이 추가되지만 예금보험공사가 추천한 비상임이사 1명은 제외된다.
다만 유진프라이빗에쿼티가 사외이사 한 자리를 꿰차며 단숨에 영향력이 높아졌다. 이번 낙찰자 선정에서 4% 이상 지분을 매입하는 곳은 유진프라이빗에쿼티 한 곳이다.
지분율면에서도 기존 과점주주인 IMM프라이빗에쿼티(5.57%)를 제외하면 유진프라이빗에쿼티가 보유한 지분이 가장 많다. 푸본생명(4.00%), 한국투자증권(3.77%), 키움증권(3.76%), 한화생명(3.18%) 등 순이다.
유진프라이빗에쿼티가 공격적 지분투자에 나섰다는 시선이 나오는 이유다.
우리금융지주는 금리 인상기를 타고 좋은 실적을 내고 있어 배당수익 등 재무적 투자에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유진프라이빗에쿼티의 공격적 지분투자를 놓고 유진기업의 금융사업 확대 전략과도 맞물려 있지 않냐는 시선도 나온다.
유진프라이빗에쿼티는 유진기업이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다.
유진기업은 1954년 제과사업을 시작으로 건설소재, 건설, 물류, 유통사업 등으로 사세를 확장했고 건자재사업을 핵심사업으로 두고 있다.
유진기업은 사업 다각화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금융사업 확장에도 관심이 높다.
금융계열사로 유진투자증권, 유진자산운용, 유진투자선물, 유진프라이빗에쿼티 등을 보유하고 있다. 10월 KTB투자증권에 매각하기 전까지는 유진저축은행도 지니고 있었다.
유진기업이 이번 지분매입을 통해 우리금융지주와 단순히 재무적투자를 넘어 금융사업 협업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이유다.
두나무는 이번 매각에서 1% 지분만 매입했음에도 상징적, 전략적으로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나무는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를 보유하고 있다. 가상화폐거래소가 은행 주주사가 된다는 점에서 가상화폐의 위상 변화를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두나무가 우리은행을 보유한 우리금융지주의 주주사가 되며 실명계좌 제휴 등 긴밀하게 협력관계를 맺을 가능성도 열려있다.
지난해부터 가상화폐거래소는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 발급을 받아야만 원화 거래가 가능했다.
은행들이 가상화폐거래소에 실명계좌 발급을 내주는 과정에서 내부 실사도 진행하는 만큼 사실상 관리감독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업비트는 케이뱅크와 실명계좌 발급 제휴를 맺고 있다. 실명계좌 발급은 일정 기간마다 재계약을 맺어야하는 만큼 다양한 은행과 제휴를 맺어 둬야 계약해지에 따른 리스크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두나무는 가상화폐거래소 외에도 주식거래, 비상장주식거래, 대체불가토큰(NFT) 등 다양한 금융사업 확대를 준비하고 있어 우리금융지주와 협업도 기대된다.
금융위는 이날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금융지주 잔여지분 낙찰자를 선정했다. 총매각물량은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지분 15.13% 가운데 9.3%다.
금융위는 12월9일까지 대금 수령 및 주식 양도 등 매각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