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효 기자 kjihyo@businesspost.co.kr2021-11-17 17:2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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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이 화물운송에서 실적 호조를 나타내고 있지만 역대 최고 수준으로 높아진 부채비율에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금난에 숨통을 트여줄 대한항공과 인수합병을 기다리면서 당분간 화물운송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 정성권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17일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까지 세계적으로 항공화물 수요가 높게 이어질 것으로 보고 항공화물 수요에 집중해 실적 회복을 노린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나민식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에 시작된 화물운항 거리당 매출(yield)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며 “물류 병목현상이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은 가운데 화물운항 거리당 매출 개선은 2022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내다봤다.
아시아나항공은 연말 항공화물 수요 증가에 대비해 A330 여객기 2대를 화물 전용 여객기로 추가로 개조했다. 4분기부터 A350 4대, A330 2대 등 모두 6대를 화물 전용 여객기로 운영하고 있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에도 여객수요 회복이 더디게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항공화물수요는 사상 최고 수준을 보이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실적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3분기에 별도기준으로 매출 1조360억 원, 영업이익 1603억 원을 냈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41.7%, 영업이익은 2680% 급증했다.
올해 3분기 화물사업 매출은 754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 증가했다. 이는 분기기준으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최대 실적이다.
하지만 화물 실적 호조에도 일회성비용이 크게 발생하면서 3분기 순손실 2084억 원을 봤다. 지난해 3분기에는 순이익 23억 원을 봤지만 이번에 순손실을 보며 적자로 돌아섰다.
환율이 높아지면서 외화환산손실이 커진 데다 세무조사에 따른 추징금을 부과받은 영향이 컸다.
국세청은 최근 아시아나항공에 약 970억 원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2016년 금호터미널 지분을 금호산업에 매각하면서 발생한 세금을 국세청이 추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자산이 크게 감소하고 부채는 늘면서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도 급증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올해 3분기 누적기준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3802.46%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2630.91%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현재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12월 결산기업 586곳 가운데 부채비율이 가장 높다.
역대 최고 수준의 부채비율을 보이고 있지만 대한항공과 인수합병(M&A) 절차가 진행되고 있어 다른 저비용항공사들과 같이 유상증자를 통한 부채 줄이기에 나서기도 어렵다.
특히 11월부터 고용유지지원금 지급이 중단됨에 따라 4분기부터는 인건비 등 고정비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아시아나항공은 4분기 실적 개선을 위해 항공 화물의 매출을 높이는 데 힘을 쏟을 수밖에 없다.
결국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대한항공의 인수합병 자금이 들어와야하지만 인수합병도 지지부진하다.
대한항공은 1조5천억 원을 들여 아시아나항공과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있는데 현재 7천억 원만 투입된 상황으로 기업결합 승인이 나면 추가로 8천억 원을 수혈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국내외에서 기업결합 승인이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어 아시아나항공으로서는 답답한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한국,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터키 등 필수적으로 기업결합신고를 해야 하는 9개 경쟁당국에서 승인을 받아야 한다.
터키와 태국, 대만에 이어 최근 베트남에서 기업결합승인을 받으면서 경쟁당국 5곳의 승인을 남겨두고 있다.
당초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는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의 기업결합을 두고 지지부진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두 기업의 결합과 관련해 올해 안에 결론을 내놓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10월 말부터 국토교통부와 신속하게 논의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맺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올해 안에 승인을 낸다고 하더라도 미국과 유럽연합, 중국, 일본 등 나머지 필수신고국가에서 결과가 나와야 해 기업결합이 최종적으로 이뤄지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가능성도 있다.
NH투자증권은 '2022년 산업전망 보고서'를 통해 "현재 한국을 포함한 해외 경쟁당국의 공정위 심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핵심은 독점에 관한 우려이나 일부 노선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노선에서 통합 대한항공을 독점적 사업자로 보기 어렵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